골프는 '미래산업'이다.
최근 몇 년간 골프는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더불어 대중화의 기초를 닦았다. 골프장도 부쩍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지방골프장에 대한 '조세특례제한법'의 시행으로 세금이 대폭 감면돼 그린피도 뚝 떨어졌다. 도심에는 또 스크린골프가 등장해 사실 누구나 골프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골프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은 그러나 여전히 '사치성', 또는 일부 부유한 계층만 즐기는 반서민적인 스포츠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양용은이 제아무리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꺽고 메이저 우승을 일궈내도 이는 또 다른 세계다. 정부는 국산 골프산업에 대한 육성책 마련을 외면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국내 시장은 모두 외산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오래전 국내 대기업에서도 미래의 여가문화 변화 추이를 예상해 골프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사시적인 시각에 밀려 투자를 중단했다. 중소기업 몇몇이 명맥을 유지했지만 다국적 기업들의 첨단 기술과 물량 공세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리나라 골프용품산업의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골프는 시간이 흐를수록 '파이'가 커지는 미래산업이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이미 상당한 외화가 유출됐다. 먼저 정부가 나서야 한다. 국산 골프산업의 발전은 납세와 고용 등 엄청난 '경제효과'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산 골프산업 육성책을 수립하고, 기술 축적을 위한 지원에도 앞장서야 한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이 있다. 단지 약간의 원가절감을 위해서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에는 무엇보다 고용의 책임이 있다.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들은 생산기지를 함부로 개발도상국으로 옮기지 않는다. 자국의 '고용효과'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브랜드의 가치도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국내 프로골퍼들의 관심도 중요하다. 이들이 국산제품을 사용해야 '시너지효과'가 있다. 국산업체의 발전에 일조한다는 것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국기업의 발전을 통해 국내 골프시장의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동시에 프로골프계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기업은 미래의 고객인 주니어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고, 이는 발전적인 순환을 의미한다.
양궁 관련 산업이 좋은 예다. 과거에는 미국(70%)과 일본(30%)이 세계시장을 점유했다가 20년 전 한국선수들이 세계무대를 제패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기업은 우수한 국산제품을 개발했고, 선수들은 이를 사용해 '한국'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키웠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8강 진출 선수의 90%가 국산 브랜드(삼익)를 사용했다는 것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양궁에 비해 수십 배의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골프산업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세계 프로골프투어가 자국 무대를 개방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세계 각국의 프로골퍼들이 진출해 상금을 가져가지만 이들은 이 돈의 몇 배 이상을 중계료와 골프용품 수출 등 산업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한국은 특히 골프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인접한 지리적인 이점도 있다. 장기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골프채와 달리 국산 골프볼은 세계특허만 36개를 보유할 정도로 세계 정상에 근접해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선전을 토대로 '미래 가치'를 키워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을 선점할 수 있는 호기다.
문경안 볼빅 회장 volvik@volvi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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