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제작사가 만들면 왜 부진할까?


[아시아경제 고재완 기자]SBS수목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극본 이경희·연출 최문석·이하 크리스마스에~)가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마스에~'는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경희 작가가 집필하고 '발리에서 생긴 일'의 최문석 PD가 연출을 맡아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크리스마스에~'는 부침을 거듭하며 하락세를 걷고 있다. 특히 20일부터는 MBC 새 수목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방송을 시작하며 '크리스마스에~'를 위협하고 있다. 좋은 작가, 좋은 PD에 고수, 한예슬 등 좋은 배우까지 투입됐지만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방송계 일각에서는 제작사의 밀어붙이기식 캐스팅이 한몫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겉모습만 봐도 '크리스마스에'는 자사 연기자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고수를 제외하고 한예슬, 선우선, 송종호 등 주연급 3명이 자사 배우다.

뿐만 아니다. 한지완(한예슬 분)의 오빠 한지용 역의 송중기, 차부산 역의 김기방 등 주요 배역 대부분이 자사 연기자다. 한 소속사 배우가 이처럼 대거 등장하는 것은 '크리스마스에~'가 유일하다.

'크리스마스에~'의 제작사인 싸이더스HQ(IHQ)는 그동안 제작해온 드라마들이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2008년 방송한 MBC드라마 '누구세요?'와 SBS드라마 '불한당'은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2007년 MBC드라마 '고맙습니다'와 SBS드라마 '독신천하'도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6년 MBC드라마 '닥터깽'이나 2005년 SBS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도 마찬가지다.이 드라마들은 우연의 일치처럼, 대부분 업계에서 인정받는 PD와 작가가 호흡을 맞췄고 자사 배우들을 대거 기용했지만 낮은 시청률을 면치 못했다.

때문에 "제작사가 캐스팅까지 모두 책임질 때 생기는 병폐"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한 방송관계자는 "캐스팅까지 손에 쥔 제작사가 어떤 부분이라도 손을 안대겠느냐"고 반문하며 "방송사, 제작사, 매니지먼트사가 철저히 독립돼 있어야 서로를 견제하며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어느 한 쪽으로 힘이 몰릴 때는 그 힘에 의해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고 귀띔했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종사자들이 쓴소리를 달게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고재완 기자 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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