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방학 낭만은 잊고...내일을 위해 오늘도 '열공'

'3당4락' 예비구직자 2010 자화상

취업 3종 스펙 쌓기. 자격증은 필수
성형.문화생활 등 자기투자는 옵션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경기가 불황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고용 전망은 아직 흐림이다. 그래도 취업 인구가 늘 것이라는 장및빛 예상들이 끊이지 않는다. 10만명 정도 늘어난다는 말도 있고(삼성경제연구소 CEO리포트)있고 20만명 이상을 예측하는 곳도 있다(한국개발연구원 '2010 경제전망').

그러나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통과한 사법연수생들도 5명중 2명이 취업을 못하는 시대임이 엄연한 현실. 삭풍이 몰아치는 취업대란의 시대에 올해 대학졸업을 앞둔 예비 구직자들의 마음은 바짝 타들어간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모 대학에 다니는 김수진 씨(가명ㆍ25)의 하루를 통해 2월 대학 졸업을 앞둔 구직자들의 세태를 들여다봤다.김 씨가 기상 시간은 오전 6시. 겨울이라 아직 해도 뜨지 않았다. 어머니가 타준 커피를 마시며 TV에서 'CNN 뉴스 라이브'를 시청한다. 오늘의 토픽은 북아메리카 아이티에서 발생한 강진이다. 김씨는 "How can help support victims of the earthquake in Haiti?(아이티의 지진 피해자들을 어떤 식으로 도울 수 있습니까?)"라는 예상 면접질문을 떠올리고 이에 대한 간단한 답변을 작성한다.

집에서 나서는 시각은 7시 30분. 학교 도서관까지는 30분거리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학기 중엔 새벽부터 꽉 차던 도서관이 요즘은 한산하다. 모 취업포털이 조사한 자료에선 대학생 5명중 2명은 방학 중 도서관에 나온다고 한다.

김 씨는 자리에 앉아 요즘 공부중인 투자상담사 책을 펼친다. 투자상담사는 파생상품ㆍ증권ㆍ펀드 등의 여러 종류가 있는데 증권사 취업을 노리는 김 씨는 증권투자상담사를 택했다. 투자상담사는 이름 있는 기관(금융투자협회)에서 시행하는데다 상반기 취업시즌에 맞게 2~4월에 합격자 발표가 나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방학기간에 공부하는 인기 자격증이다.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김씨는 간선버스를 타고 상경한다. 학교와 집이 모두 용인에 있지만 요즘은 서울 강남역 근처에서 하루의 절반을 보낸다. 유명한 강남 어학원의 수업을 들어야 할뿐 아니라 어학원의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된 취업 스터디 모임도 강남역 인근에서 갖기 때문이다.

오후 2시~4시까지 요즘 취업 준비에 필수라는 oPIC(Oral Proficiency Interview-Computer, 공인인증 말하기 시험) 수업을 듣는다. 토익점수는 지난학기 900점대를 넘었지만, 말하기가 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oPIC 준비반은 정규반이 조기마감돼 추가 편성된 중급반에 겨우 등록을 마쳤었다. 중,고급반만 있는 게 이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강생들이 원어민 강사와 말하는 걸 보니 다들 '고수' 수준이다. 1년간 호주로 어학연수를 갔다 온 김씨이지만 주눅이 든다.

학원 수업이 끝나고 인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숨을 돌린 김 씨. 오늘은 강남의 모 성형외과에서 몸매 교정과 코 성형에 대한 상담을 받을 예정이다. 김씨는 이것도 자신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취업포털 알바몬 조사에 의하면, 국내 대학생 94%가 외모나 몸매에 대해 컴플렉스가 있고 여대생 3명중 1명은 성형을 고려한다고 하지 않던가.

저녁에는 강남역 근처 커피숍에서 모 대기업의 대학생 참여프로그램 동기들과 기획회의가 있다. 김씨는 대학시절 인사담당자가 가장 선호한다는 '취업3종 스펙(인턴ㆍ공모전ㆍ어학연수)'을 갖추기 위해 4년간 방학도 없이 바쁘게 뛰어다녔다. 제약사와 컨설팅회사 두 군데서 인턴으로 일했고 홍콩에서 반년, 호주 1년간 어학연수도 마쳤다.

김씨는 나머지 한 가지 스펙인 공모전을 포기하고 대신 대기업의 '참여형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생 기자로 활동하며 기업 마케팅에 대한 제언이나 현장 취재를 한다. 한 달에 한 두번 기획회의로 모이는 것 외엔 개인시간이 보장되고 기업 실무진과의 미팅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다. 공모전 응모처럼 취업 스펙을 갖추기 위해 목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든다.

밤 10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김씨는 오늘 하루도 부지런히 움직였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손에는 요즘 필독서라는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가 들려있다. 잘나가던 커리어우먼을 관두고 세계를 누비며 오지에서 봉사까지 한 한비야씨가 너무 멋있게 느껴진다. 그러나 "에이, 어디라도 취직한 후에야 생각해볼 일이지"하고 만다. 내릴 정류장이 다가오는데 눈꺼풀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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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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