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리먼 브라더스 파산보호 신청을 계기로 불어닥친 사상 초유의 금융ㆍ경제 위기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 정책 당국은 지난해 전례 없이 강력하게 대응했다.
금융불안이 심화되고 실물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확장적 재정 정책, 공격적 금리인하, 적극적 유동성 지원 등을 실시했다. 이 같은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 덕분에 우리 경제는 지난해 2ㆍ4분기 이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웠고 실물경제도 회복 기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올해에는 위기 탈출이후 출구전략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는 해다. 위기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비상조치를 거둬들이는 지혜도 필요하다.
특히 올해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풍부한 시중자금의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면 인프레이션 및 자산 가격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올해는 불안과 희망이라는 동전의 양면성이 존재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편집자주>
2008년 10월 발생한 리먼 사태 이후 자유낙하하던 한국경제는 불과 1년 만에 완연한 회복세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선진국 경제의 회복으로 수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하면서 우리 경제를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반면, 소비와 투자 등 내수회복은 여전히 더뎌 외끌이 형국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또한 일각에서는 일자리 수 증가 등 고용상황이 점차 개선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이 차차 확대되고, 급락했던 금융 및 부동산 가치가 회복되면서 민간 소비의 완만한 회복세가 전개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는 등 올해 전망은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고 있다.
◆성장률 4.3~5%로 잠재성장률 수준
올해 성장률과 관련해 민간이든 정부든 4% 이상을 점치고 있다. 민간은 4% 초중반을,정부는 5%내외로 각각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세계여건이 개선되고 내수가 회복되면서 올해 연간 5%내외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상당히 긍정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일 "올해는 소비, 투자가 양호한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내수의 성장 기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출은 세계경제 회복에 따라 증가할 전망이나 국내 경기회복에 따라 수입이 더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부 보다 미래를 더 낙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KDI는 세계 경제가 뚜렷이 회복세를 보인다는 전제하에 올해 성장률이 5.5%에 이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덜 회복된다면 성장률 또한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미래를 밝게 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민간 연구소들은 다소 보수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3%, LG경제연구원은 4.6%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측은 다소 보수적 전망에 대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이후 경기 부양적 거시정책 효과 등에 힘입어 경기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에는 금리인상 효과 등이 가시화되면서 전체적으로 상고하저(上高下低)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가 올해 잠재성장률 수준인 4%대의 성장률만 달성한다면 1인당 국민소득(1인당 GDP)은 2007년 이후 3년 만에 2만 달러 대로 재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는 지난 2007년 1인당 GDP가 2만1655달러를 기록한 이후 2008년에는 1만9092달러로 하락했고, 지난해에는 1만6989달러로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공히 올해에는 고용 및 임금이 점차 회복되고, 물가가 안정되면서 실질구매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유가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소득(GNI) 증가가 성장(GDP) 속도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김영일 KDI연구원은 "내수경기 회복으로 고용사정이 개선되고 임금이 지난해 감소세에서 올해 증가세로 반전되면서 민간소비 개선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유가, 원고, 고금리 등 3고로 체감경기는 미흡
그러나 올해 우리 경제는 고유가, 원고, 고금리 등 3고 현상에 시달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 때문에 성장률이 높더라도 물가상승 등으로 체감 경기는 미흡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고유가로 기업의 생산비용을 증가시켜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한편, 경제 전반에 있어서도 수입확대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요인, 물가상승 압력이 요구될 것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도 나와 있다.
유가는 지난 해와 마찬 가지로 올해도 배럴당 75∼80달러선의 고공행진을 거듭할 전망이다.정부나 연구기관에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유가 기준을 80달러 내외로 잡았다. 국책연구기관 중 산업연구원(KIET)은 배럴당 77달러,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0달러 내외로 전망하고 있다.
지경부 산하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세계 경제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유류 수급이 나빠지고, 투기거래 요인이 확대되는 '고(高)유가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근접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민간연구기관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는 배럴당 83.9달러, LG경제연구원은 78달러로 5달러 이상이나 전망치에서 격차가 난다. 유가에 가장 민감한 정유, 석유화학업계는 올해 사업계획 수립과정에 기준유가를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설정했다.
해외의 경우 석유헤게모니를 장악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유가를 80달러로 예상했다. 이에 비해 뉴욕 월가 전문가들은 배럴당 83달러로 잡았으며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행은 88달러까지 예상하고 있다.
원화가치도 가프라게 상승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원화가치 상승은 기업의 체감경기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높다. 원화가치가 올라가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이는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원ㆍ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수출은 2.1%, 경제성장률은 1.1% 각각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 된다"면서 "여기에 국제 유가까지 들썩이며 수출경쟁력을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도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부담이 늘어나면서 경기회복을 실감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로 가계의 이자 부담은 2008년 4ㆍ4분기 7조1000억원에서 2009년 2ㆍ4분기에 4조9000억원로 2조2000억 원이나 감소했다. 그러나 가게부채가 점차 확대되고 금리도 상승하고 있어 오는 1ㆍ4분기 가계의 이자부담이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연간 10~11% 수준으로 증가할 예상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계경제 회복과 함께 반도체, LCD 등 주요 업종의 투자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전망이며 제조업 가동률도 정상수준인 80%대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직자 어깨 천천히 펴질 듯
지난해 노동시장은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지난 1ㆍ4분기와 2ㆍ4분기는 일자리가 전년 동기 대비 14만7000개와 13만4000개가 감소하는 등 구직자에겐 거의 혹한기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민간부분 고용 창출과 정부의 일자리 사업이 효과를 내면서 신규 일자리가 20만명 내외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고용률(생산가능인구중 취업자의 비율)이 58.5%, 실업률은 3.5%내외가 될 것으로 각각 예상하고 있다.특히 실업률은 민간연구기관인 3.4%대 수준가 큰 차이가 없다.
그렇더라도 고용지표가 경기에 후행하는 만큼 이 지표가 올해에도 급속도로 회복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구직자들도 하루아침에 어깨를 펴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등 세계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악화되면서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의 회복이 예상과 달리 상당히 지체될 경우, 우리 경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는 투자도 직격탄을 받을 수 있다.
지표상 우리 경제는 올해 완연한 회복국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재정부실 해소를 위한 출구전략 조기 시행 등 불확실성 요인을 헤쳐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위기 탈출 후 각국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보수적 재정운용이 장기간 불가피한 만큼 재정부문의 부실은 상당기간 세계경제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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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투자 파트너] - 아시아경제 증권방송이규성· 이경호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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