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신풍속도]전국에 '얼굴 없는 천사' 열풍

[아시아경제 김정수 기자]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

전국에 '얼굴없는 천사'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얼굴없는 천사는 익명의 기부자들이다. 이들은 세밑 온정(溫情)으로 영하의 추위를 녹이고 있다.이들은 이름도, 나이도, 하는 일과 사는 곳도 밝히지 않은 채 세밑온정을 베풀고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진다.전국 각지에서 아름다운 사연이 이어지면서 '얼굴없는 천사' 열풍은 기부의 새 풍속도가 되고 있다. 얼굴없는 천사의 원조는 전주 노송동의 기부천사로 꼽힌다.

지난해 12월28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40대로 추정되는 남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남자는 동사무소 옆 세탁소 주변 공터에 나가보라는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현장에 나간 직원은 현금이 든 A4용지 상자와 저금통 두개 그리고 편지 한 장을 발견했다. 상자에는 8000만원이, 저금통에는 26만5920원 등 모두 826만5920원이 들어 있었다.천사의 방문은 지난 2000년 4월 노송동 동사무소 민원대 위에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올려놓고 사라진 이래 무려 열 번째이다.

같은 날 충남 아산시 신창면사무소 복지팀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성금 200만원을 전하고자 하며 자녀들 편에 돈을 보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한 시간쯤 지나 젊은 남매가 200만원을 들고 왔다. 이들은 “꼭 익명으로 해 달라”고 재차 부탁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새벽 전북 진안군 진안읍사무소 현관 입구에는 10㎏짜리 쌀 50포대(120만원 상당)가 놓여 있었다.

그 위에는 “어려우신 분들 도와주세요. 많이 못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메모만 남겨 있을 뿐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해 말에도 진안군청 앞에 쌀 50포대와 메모가 있었다.

같은날 오후 1시께 허름한 복장의 70대 노인이 부산시 사하구청으로 찾아와 “보육원에 기부하고 싶다”며 10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가 든 봉투를 전달했다. 이 노인은 담당직원에게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

지난 14일 경기 광주시 송정동주민센터에 익명의 독지가로부터 “쌀 20㎏ 50포대를 보낼테니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달라”는 연락과 함께 쌀이 배달됐다.

같은 날 광명시 광명2동 주민센터에도 한 독지가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려운 이웃에 전해달라며 쌀을 보냈다는 것이다. 잠시후 쌀 20㎏ 20포대를 실은 트럭이 주민센터로 들어왔다.

얼굴없는 천사가 기부한 쌀은 지금까지 모두 3300포대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6500만원(포대 5만원 기준)에 이른다.

시흥시 1%복지재단 문틈에는 5만원가량이 든 편지봉투가 매월 놓여있다. 지난해 9월부터다.

편지봉투에는 10원짜리 동전부터 100원짜리 동전, 꼬깃꼬깃한 1000원권 지폐까지 들어 있다.

이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남을 돕는 ‘얼굴 없는 천사’들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 세밑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가진 것과 누리는 것이 많은 사회지도층 처신이 어떠해야 하는지 얼굴 없는 천사는 행동으로 일깨우고 있다.

김정수 기자 kj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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