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마늘값 폭등..현대판 '튤립 투기'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 중국에 마늘 투기 열풍이 불고 있다. 16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가 최근 중국 마늘 농장에 불어닥친 것.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 중국 베이징 등의 대도시에서 마늘 가격이 올 3월에 비해 15배 이상 뛰었다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마늘 1킬로그램의 평균 가격은 6.14위안으로, 이는 3월 대비 286% 급등한 것이다. 신종플루와 생산 부족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 측면이 있지만 수급만으로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마늘 가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마늘 값 폭등은 16세기에 네덜란드에서 발생했던 튤립 투기와 같은 고전적인 투기현상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모건스탠리의 제리 로우 중국 투자전략가는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한 투기세력들이 마늘 등과 같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시장에 침투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늘 저장고, 충분한 현금, 트럭 몇 대 만 있으면 된다"며 "마늘을 확보한 다음 가격을 매겨, 이 창고에서 저 창고로 마늘을 옮겨놓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투기세력들은 생산 부족으로 향후 마늘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마늘 가격이 떨어지자 마늘 재배농가들이 생산을 크게 줄인 것. 중국에서만 지난 해 총 마늘 재배면적이 50% 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신종 인플루엔자의 확산으로 마늘을 찾는 사람들은 크게 늘어났다. 마늘이 신종플루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이다. 중국 항저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200킬로그램의 마늘을 사서 점심시간 마다 학생들에게 먹이고 있다고 차이나 데일리가 보도했다.

 외국에서 중국산 마늘을 찾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상하이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장 웨이동씨는 "신종플루로 중국 마늘을 수입하는 나라들이 많아져 국내에서의 마늘 공급이 더 악화된 상황"이라 밝혔다.

 중국의 마늘값 폭등이 미국 마늘 재배농가에는 희소식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몇 년 동안 미국 마늘 농가들이 값싼 중국산 마늘로 인해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은 세계 최대 마늘생산국이며, 아르헨티나와 스페인 등이 뒤를 잇는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