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음식 피할순 없나?

무항생제 축산물 비싸다고? … 속편하게 조금 덜 먹으세요

가족들을 위해 식사를 차려본 사람이라면 안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것 자체도 고단한 일이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도대체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끼 두끼 정도는 어떻게 생각을 해 내겠지만 매일매일 식단을 짜야 하는 것은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밑반찬만으로 밥을 먹는 것도 한계가 있고 매끼니 일품요리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만만한 것이 생선구이. 이리하여 우리의 밥상에는 늘 생선이 오른다. 등푸른 생선은 오메가-3 지방산과 DHA가 풍부해 몸에도 좋고 머리에도 좋다고 하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몸에 좋고 조리도 편리한 생선. 그런데 이렇게 마구 먹어도 과연 괜찮은 걸까? 대중 횟집에서 갓 잡은 회를 한 점 먹었을 때 진한 소독약 냄새를 맡은 적이 있을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사육되는 생선들은 온갖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항생제와 구충제가 투입된다. 양식되는 생선 외에 이른바 자연산이라 불리는 생선들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FDA와 EPA의 지침에 따르면, 영유아와 임신 수유뷰, 가임기 여성 등은 수은이 적게 함유된 생선과 갑각류를 매주 340g(생선 여섯 토막 정도) 이하로 섭취해야 한다. 수은 함량이 낮은 어류는 새우, 연어, 대구, 메기 등이다. 그리고 황새치, 왕고등어, 옥돔 등 육식성 어류는 피해야 한다. 이 역시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기 때문이다. 안정성에 대한 확인이 어려운 어류일 경우 역시 일주일에 170g 이하로 섭취하고 다른 어류를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수은이 많이 쌓여 있는 비늘과 내정은 제거하고 먹는 것이 좋다.

공장식으로 생산되는 축산물 역시 문제다. 좁고 지저분한 우리에게 대량 사육되는 가축들은 수많은 질병을 일으킨다. 항생제 뿐 아니라 방부제, 신경안정제, 성장촉진제가 가축에 투여된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 국가 중 유일하게 수의사의 처방 없이 동물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는 나라다. 사료 역시 유전자 조작 곡물이거나 농약류, 항생제에 심각하게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우유 역시 상황은 좋지 않다. 최근 30년간 젖소가 생산하는 우유의 양이 두 배로 늘어나고 사육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젖소들은 유방염을 비롯한 온갖 질병에 자주 시달린다. 우유를 생산하는 쪽이나 가공하는 쪽 모두 항생제를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하지만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쓰이는 항생제가 원유에 섞여들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더군다나 젖소는 먹위사슬의 상위에 있는 동물이다. 농약 성분, 중금속 성분이 먹이를 통해 젖소의 체내에 축적되었다가 우유로 배출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대개의 우유 완제품은 젖소에서 짠 원유를 120~130도의 온도에서 2초간 살균하는 초고온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 원유에 있던 균의 대부분이 죽기 때문에 질이 좋지 않은 원유도 충분히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섭씨 63도의 온도에서 30분간 살균하는 저온 살균과 72도에서 15초 동안 살균하는 고온 살균 방식으로 우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유의 질이 좋아야만 한다. 이 방식으로 가공하면 열에 약한 초유 기능 성분의 손실을 막고 단백질 성분의 보존성을 높여 줌으로써 맛과 영양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병원에서 처방받는 항생제까지 더해져 우리 아이들의 몸은 이미 항생제로 가득하다.

상황이 심각한 건 알겠지만 무항생제 축산물은 아무래도 비싸다고? 나는 조금 덜 먹는 방법을 택했다. 당신은?

<여세호 '친환경으로 키우는 우리 아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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