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화학적 거세 국내서도 본격 논의 … 다른 대안 없을까요

[중앙일보 권석천] “가둔다고 달라집니까?”

지난 9월 말 8살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해 영구 장애를 입힌 ‘조두순 사건’이 쟁점으로 떠올랐을 때였습니다. 그에게 징역 20년형, 30년형을 선고한다고 해서 출소 후 다시 재범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느냐는 한 변호사의 지적이었습니다.그렇다면 과연 대책은 없는 걸까요. 최근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성 기능을 없애거나 억제하는 ‘거세(去勢) 치료’입니다. 성폭행범의 낭심이나 고환을 제거하는 외과적 거세는 신체 훼손의 문제점 때문에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고요. 대신 ‘화학적 거세’가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성범죄자에게 약물이나 여성 호르몬을 주입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차단함으로써 성적 충동을 억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먼 나라의 얘기로만 여겨졌던 화학적 거세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러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19일 이 문제를 놓고 공청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 등 31명이 발의했던 ‘상습적 아동 성폭행범의 예방 및 치료 법률안’이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온 성도착증 환자에 대해 본인 동의를 받아 화학적 거세와 심리 치료를 하자는 건데요. 법사위가 집중 검토 대상으로 삼은 터라 이번 정기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 교수는 ‘조건부 반대’ 입장입니다. “약물 주입을 끊으면 충동이 더 강해질 수 있고, 성범죄자들이 살인을 통한 완전범죄를 노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화학적 거세의 부작용부터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반면 강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도입 쪽에 무게를 둡니다.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이중, 삼중의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한 만큼 부분적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얘기입니다.

화학적 거세.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범죄자들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무엇이든 보내주십시오. 분노보다는 지혜를, 우려보다는 대안을 모을 때입니다.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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