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굴 같아서…” 문화센터·학원, 인적이 끊긴다

[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다이어트 하려고 요가 학원을 끊었는데 불안해서 당분간 쉬려고 합니다"

4살 난 딸을 두고 있는 주부 임선혜(33)씨는 요즘 신종플루로 인해 부쩍 행동반경이 좁아졌다. 거의 매일가던 마트도 일주일에 두 번꼴로 방문 횟수를 줄였다. 그는 "대중교통엔 사람이 많다보니 불안해서 아기 데리고 나올때는 자가용을 주로 이용한다"며 "그렇다고 마트는 아예 안갈수도 없는 노릇이라 되도록이면 사람이 없는 이른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간다"고 말했다.28일 업계에 따르면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신종플루 공포가 산업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어린이와 10대, 20대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이들이 주로 즐겨찾는 문화센터, 헬스장 등을 위주로 사람들의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람 많은데 피할래요…문화센터, 학원 '울상' = 각 백화점의 가을 문화센터 강좌는 취소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수도권 주요 점포들의 아동 및 유아강좌에 대한 취소나 환불 사례는 전년 동기 대비 7% 가량 증가했다. 유치원의 휴원도 잇따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6일 현재 전국 8400여개 유치원 가운데 10곳이 공식 휴원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신종플루로 인한 20대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학원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강남의 한 유명 어학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신종플루 때문에 강의 취소가 크게 늘은 것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수강자 중에 신종플루 확진자는 없었는지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어 11월 등록이 예전같진 못하다"고 말했다.헬스장도 타격을 입었다. 퇴근 시간대면 늘 북적이던 서울 명동의 한 헬스장은 눈에 띌 정도로 썰렁해졌다. 헬스장 관계자는 "신종플루 사망자 보도가 나오면 그 날 운동하는 사람이 확연히 줄어든다"며 "회원권 취소나 환불 문의가 늘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매년 정기적으로 열던 가을 체육대회도 취소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 "여행도 안갈래요" 취소 사례 속출 = 직장인 김지은(28)씨는 최근 계획 중이던 국내 당일치기 여행을 취소했다. 김 씨는 이미 여름 휴가도 신종플루로 인해 해외여행 대신 제주도 여행으로 바꿨었다. 김 씨는 "여름에는 국내 신종플루 사망자가 많지 않아 제주도를 가면서도 불안하지는 않았다"면서 "그런데 최근에는 국내도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아 무서운 마음에 그냥 취소해버렸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는 재점화된 신종플루로 인해 또 한 번 타격을 입고 있다. 실제 모두투어에서는 지난 9월 이후 해외여행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하나투어 역시 해외여행 고객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10월 주 5일 근무에서 주 4일 근무로 근무 방식을 변경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여행 뿐 아니라 국내여행 예약 취소마저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고등학교의 수학여행과 기업 워크숍 등 단체여행이 줄줄이 취소 되면서 관광지 숙박업소들과 대형 리조트들 역시 한숨만 내쉬고 있는 상황이다.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기계산업 전시회도 신종플루 여파에 휩싸였다. 전시관계자는 "신종플루 때문인지 관람객 수가 지난해보다 약 2500명이 줄어든 2만명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현재 5개의 홀에서 전시회가 열리는데 열감지 카메라 총 4대가 설치됐다. 각 홀 입구마다 손소독기도 3-4대 설치됐다. 요청시 마스크를 무료지급한다.

◆"고마워요 신종플루" 온라인몰 등 수혜=신종플루가 오히려 반가운 업체들도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온라인몰, 약국 등이 그 주인공.

대형마트에서는 9월들어 주춤했던 손세정제 등 위생용품 판매량은 10월말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 24일부터 3일간 롯데마트에서 신종플루와 관련해 팔린 개인위생 용품은 전년동기대비 135% 정도 증가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마트는 생필품 구매를 위해 사람이 많더라도 꼭 올 수 밖에 없어 타격이 덜하다"고 말했다.

마트 가기를 꺼려하는 일부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선택하면서 온라인몰도 반사이익을 얻은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다.

옥션에서는 지난 26일 오후에 시작된 '신종플루 검사비 지원' 이벤트에 만 하루만에 무려 1만5000명의 참여자가 몰렸다. 하룻동안 청소년을 비롯해 5명이 사망했던 지난 26일 옥션 인기검색어 순위에는 마스크가 92계단 껑충 뛴 19위, 체온계는 143계단 상승한 21위에 올랐다. 실제 지난 19~26일 사이 마스크 판매량은 전주 대비 49%, 체온계 판매량은 75% 증가했다.

약국도 신종플루로 인한 대표적인 수혜업종이다. 예년 같으면 그냥 지나칠 경미한 감기기운에도 환자들이 약국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 약국가에 따르면 신종플루 재유행으로 늘어난 환자수는 약 20% 정도로 추산된다. 약국에 들른 김에 해열제 등 가정상비약을 한두 개씩 구입하는 환자들도 많아져 일반약 판매량도 덩달아 늘고 있다.

반면 의약품을 파는 제약업계는 백신을 만드는 녹십자를 제외하면 신종플루 특수 업종에서 비껴나갔다. 타미플루 카피약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업체들은 일시적으로 '주가 부양'엔 성공했는지 몰라도 매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산업부>

안혜신 기자 ahnhye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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