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뽀뽀, 벌금 1000만원

[중앙일보 김진경] 길에서 지나가는 여자아이 2명의 볼에 뽀뽀를 한 50대 남성에게 이례적으로 거액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문모(53)씨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문씨는 지난해 추석 때 동네 거리에서 혜진이(가명·8·여)를 만났다. 한 동네에 살고 있어 가끔 인사를 하는 정도였을 뿐, 혜진이 가족과 친하게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다. 문씨는 혜진이에게 다가가 어깨를 붙잡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한 뒤 볼에 뽀뽀를 했다.

그는 지난 1월에도 또 다른 여자아이(8)에게 같은 방법으로 뽀뽀를 했다가 아이 부모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검찰은 문씨를 기소했다.

문씨는 재판 과정에서 “성추행을 하려던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귀여워서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초등학교 2학년인 여자아이가 도망을 가려고 하는데도 굳이 붙들고 뽀뽀를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피해 아동들이 아직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아 성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라 하더라도 낯선 남자 어른이 자신의 거부 의사를 무시한 채 뽀뽀한 것에 대해 상당한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성추행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성별·연령·구체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강제추행죄는 가해자의 고의성만으로도 충분히 성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부지법 박상언 공보판사는 “아이가 거부하는데도 강제로 뽀뽀를 한 점, 피해 아동이 두 명인 점 등을 고려해 거액의 벌금형을 내린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진경 기자 <handtomout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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