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글리츠 "은행문제 위기 전보다 악화"

'대마불사' 야기한 은행 규모 오히려 더 커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학교 교수가 ‘대마불사(大馬不死)’와 같은 은행의 문제점들이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전보다 더 커졌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티글리츠 교수는 프랑스 파리에서 인터뷰를 갖고 “미국은 은행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은 정치적인 어려움 때문에 금융개혁에 소극적”이라며 “주요20개국(G20)은 미국이 더 강도 높은 개혁을 이룰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최근 오바마 행정부에 은행 규모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도 지난 달 “각국 정부들은 금융기관들이 과도하게 성장하는 것을 막길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들은 금융위기가 발발한지 1년이 지났음에도 은행의 대마불사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자산은 금유위기 이전보다 늘어났고 씨티그룹 역시 거대한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영국 금융기관 로이즈 뱅킹 그룹(LBG)은 HBOS를 인수하면서, 프랑스 BNP파리바는 포르티스 보험의 벨기에·룩셈부르크 은행 자산 부문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오바마 행정부는 ‘시스템 상으로 중요한’ 은행들을 지정하고 그들을 더 엄격하게 관리·감독하길 원하지만 이러한 정치권의 압력이 대형 은행들의 구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G20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은행들은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라면서도 “G20의 지도자들은 작지만 올바른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서 “미국 정부는 금융 개혁에 나서겠지만 문제는 ‘필요한 만큼’ 할 것인가 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장기 경기전망에 관련해선 “경기 약세(weak economy)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며 “미국경제는 성장하겠지만 인구 성장 속도를 상쇄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만약 노동자들의 소득이 줄어들면 미국이 세계경제가 필요로 하는 수요를 창출해내는 일이 힘들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 경제자문위원장, 세계은행 부총재 등을 역임한 이코노미스트로 2001년 정보 경제학 영역 개척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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