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먹거리로 외국인 이주여성 일자리 메뉴 늘린다

착한기업 행복한 사회
제2부 한국의 사회적 기업
⑦ 오가니제이션 요리


서울 영등포동에 있는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 일명 하자센터. 1층 입구에 들어서면 구운 빵의 구수한 냄새와 커피향이 어우러진 작은 카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러시아 출신으로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여성 알로냐 씨(30)가 직접 주문도 받고 음료와 샌드위치를 만드느라 분주히 오고 가고 있다.함께 일하는 김종순 매니저(40)는 "알로냐가 이곳에서 일한지 이제 6개월 정도 됐는데 제법 일이 손에 익어 혼자서도 잘 한다"면서 "매일 오전 9시30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꼬박 일해도 힘들어 하는 기색 없이 아주 열심이다"고 칭찬했다.

커피와 차, 과일주스, 그리고 샌드위치와 빵ㆍ과자류를 파는 이곳은 커피 한잔 가격이 2500~3500원으로 평범한 수준. 그러나 질 좋은 유기농 원두만을 골라 커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맛은 여느 커피전문점 못지 않은 곳으로 소문나 있다.

메뉴에는 없지만 알로냐가 이따금씩 직접 만들내는 러시아 음식들도 인기 만점이다. 장미꽃 모양의 '로자쿠키', 손가락처럼 길죽한 파이 '담스키에발츠키', 소세지를 넣은 빵 '소시스카' 등 이름도 낯선 빵과 쿠키를 파는 날엔 센터 내 사람들이 앞다퉈 사는 통에 금새 동이 난다고 한다.알로냐 씨는 "결혼 전 고향에서 먹던 맛이 그리워 몇 가지 만들어 봤는데 손님들 반응이 좋다"면서 "일을 하면서 한국에는 없는 러시아 음식도 소개할 수 있어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난 해 10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오가니제이션 요리'다.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현재 급식과 케이터링, 카페 등 다양한 먹을거리 사업을 확대해 가고 있다. 직원 수도 지난 해 7명에서 올해는 35명으로 늘어났다.

10년 이상 업계에 몸담아 온 경력자를 모셔와 직원들의 요리 실력을 키우고, 숙련된 직원들도 푸드 스타일링과 같은 한 차원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끊임 없이 실력을 한단계 더 높이고 있다.

입소문을 타면서 주변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들이 많아진 것은 물론, 공공의 이익을 창출해 내는 사회적기업에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전문가들이 나타나 초기보다 사업 네트워크도 탄탄해지고 있다.

한영미 오가니제이션 요리 공동대표는 "여름 휴가철은 비수기이지만 가을이 되면 여기저기 케이터링 주문이 많아진다"면서 "지난해 1억5000만원이었던 매출이 올해는 약 5억원 수준으로 늘어나고 일자리창출 지원 사업으로 받고 있는 지원금과 몇가지 기금 사업을 더하면 7억원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꼽는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장점은 식재료 선택. 다른 업체가 보통 전체 수입의 20~30%를 재료비로 쓰는데 반해 오가니제이션 요리에서는 매출의 40~50%가 식재료비로 들어갈 만큼 좋은 재료를 쓴다.

그는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품질이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그 정도 비용은 어쩔 수 없다"면서 "그러나 주문이 더 많아지고 고객층이 넓어져 많은 양의 식재료를 구입하면 평균 매입단가는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특징은 규격화된 메뉴 없이 고객이 요청하는 대로 어떤 음식이든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 주문이 들어 오면 고객이 원하는 사항을 반영해 식재료를 정하고, 인원 수와 가격에 따라 상차림을 구성해 제안한다. 식사와 케이크, 디저트까지 모두 제공하는 파티 음식부터 가정 돌잔치 음식,과일과 야채를 주 재료로 한 채식주의자 식단까지 행사 종류와 인원 수에 따라 다양하게 주문이 가능하다.

고객들에게 건강하고 담백한 요리를 서비스하되, 독특한 맛과 멋,문화가 있는 식단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하겠다는 컨셉트다.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하반기 중 서울 홍익대학교 이웃한 곳에 첫번째 외부 레스토랑을 개장할 계획이다. 가족들이 함께 와서 식사할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그것이다. 현재 외국인 이주여성들과 함께 아시아 퓨전요리들을 개발해 시식하고 평가한뒤 메뉴를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이 성공해 더 많은 수요가 창출되면 여러 지역에, 각각의 특성에 맞는 레스토랑을 열고, 나아가 청소년이나 창업교육을 원하는 여성들을 위한 요리교실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대표는 "보통 저소득층이나 외국인 이주여성들은 경제적 자립을 하고 싶어도 공장이나 단순노동 일자리 밖에 기회가 없다"면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음식, 그리고 여성들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요리라는 사업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더 많은 소외계층에게도 일자리가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