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부진,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세계 경제성장에서 큰 역할을 해 온 미국 개인소비가 향후 4∼5년간 부진할 수 있지만 한국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대미수출비중이 그동안 꾸준히 하락해 왔기 때문에 미국 소비부진의 악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일 '미국 개인소비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과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개인소비가 경제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촉발된 소비부진 전환은 향후 4∼5년간 지속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는 소비를 뒷받침하는 풍부한 자금여력과 서비스 소비의 경직성, 양질·저가 상품 수입으로 인한 소비자의 선택폭 확대, 소비를 촉진하는 미국 특유의 문화 등에 인해 개인소비가 미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미국 개인소비가 차지하는 국내총생산(GDP)내 비중은 70%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나라의 55∼60%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소비확대는 한편으로 개인 저축률 하락과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 등 미국 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불안요인이 되기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말 시작된 경기침체로 미국 개인소비는 2008년 3·4분기 이 후 2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소비패턴이 구조적 편화를 겪을 것인 지 아니면 경기하강기에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인지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다만, 미국 가계는 최근 소비를 충당할 자금이 부족한 '예산제약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이 같은 문제는 단기간 내에 해소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상당기간 GDP 증강률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과거 저축대부조합 부실 발생시 부채조정에는 4년이 소요된 바 있고 주택가격도 2000년 초반과 같은 가격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이 보고서는 판단했다.

한은 해외조사실 오삼일 조사역은 "미국의 부진한 개인소비가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경우 1990년 대미수출 비중이 28.6%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10.8%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브라질이 24.6%에서 14.0%로, 일본도 31.5%에서 17.5%로 하락하는 등 중국과 인도, 독일, 인도 등의 대미수출의존도가 역대교역 규모 증가와 동구권 등 신시장 개척 등으로 꾸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편 오 조사역은 "미국 개인소비 둔화는 경상수지 불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동반한다"고 덧붙였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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