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택 지고 소형주택 뜬다

대형주택 선호도는 낮아지고 소형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마련 부담과 리스크가 커지면서 한동안 주택시장을 주도했던 중대형주택이 지고 실수요를 중심으로 소형주택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와 '한국갤럽'은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503명을 대상으로 방문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신규 분양 희망 주택 규모'에 대해서는 전체의 19.3%가 전용 85㎡ 이하 소형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2006년 하반기 조사에서 15%가 선호한 것에 비해 4.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에 비해 전용 110㎡ 이상 대형은 3년 전 20.7%에서 올해는 16.6%로 4.1%포인트 줄었고 전용 85~110㎡ 중형은 3년 전 64.3%에서 현재 63.5%로 비슷했다. 경제위기로 투자금이 낮은 소형 선호 현상이 강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003년 이후 중대형이 상승세를 주도했던 서울지역 아파트시장은 2007년부터 전용 60㎡ 이하 소형이 훨씬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개인소득 증가와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중대형으로 이동했던 내집 마련 패턴이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를 거치면서 다시 소형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50세 이상 고령그룹은 응답자 중 23.4%가 소형주택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 20대 그룹 다음으로 소형 희망비율이 높았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고령화와 은퇴인구 증가에 따라 실효성 있는 소형주택 실수요가 늘고 수익성 투자재로 접근하는 고령자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앞으로 인구는 줄더라도 1인가구 등 소규모 가구 분화는 늘어나면서 소형주택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형주택 수요는 점차 줄고 소형주택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수도권 도심지에서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통, 상업 인프라가 뛰어난 도심 소형주택은 연령대를 막론하고 인기를 끌 것이다.

현재 주거용 오피스텔이 소형주택을 일정 부분 대체하고 있고 기숙사, 원룸, 단지형 다세대를 짓는 도시형생활주택도 하반기부터 새롭게 도입될 예정이다.

지난해 서울 전체 가구 중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이미 20%에 달했다. 결혼 적령기 변화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1인가구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 향후 20년 안에 전체 가구의 절반이 1인이나 2인 가구가 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 부장은 "소규모 가구 증가와 소형주택으로의 회귀 현상은 실수요자들의 주택마련 계획과 투자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실속있는 소형을 찾는 주택수요가 늘어나면서 환금성이 뛰어난 역세권 소형주택의 경쟁력은 커질 것이고 소형주택 임대사업의 미래도 밝다"고 설명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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