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으로 돈줄을 돌리자

넘치는 유동성 투자로 돌려라.. 긴급제안 ②

800兆 부동자금, 단기투자 편중 '악순환' 우려


막혀있는 혈관이 터지면 목숨이 위태롭듯 부동화 자금의 물꼬를 터주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위험에 처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자금 부동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의 신용경색과 자금난이 지속되고 있다.

비우량등급 회사채 발행여건이 악화되고 있고,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도 올해 1분기 47로 지난해 같은 기간(38)에 비해 높아져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시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중 부동자금은 부동산과 주식 등 고수익 투자처에 몰리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대출을 통한 현금 보유 확보에 열을 올리는 대기업들은 투자를 피하고 실탄 마련에 분주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은 글로벌시장대비 선방하고 있다고 하지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고, 실물 경제 또한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돈을 쉽게 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부동화한 국내 자금을 풀수 있는 방법으로 자본시장이 매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자본시장은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의 녹색금융시장을 활성화 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 실장은 "기업체가 채권을 발행하면 증권사가 인수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 AAA의 안전등급은 기관 등 일반투자가가 인수하고 후순위채는 환경관리공단 같은 곳에서 인수한다면 매우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금시장 양극화와 신용경색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단기 부동자금이 실물경제 쪽으로 흘러가도록 회사채 전용펀드 등을 활성화하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비상장 우량기업을 인수해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등이 많이 생겨 나야한다는데 목소리가 모아지고 있다.

권혁세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사모펀드(PEF) 등을 구성해 각종 기관 투자가들이 자금을 모아 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인수합병(M&A)에 부동화자금이 유입돼야 한다"며 "이는 새로운 투자수단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을 도와 기업금융을 활성화하고 자본 선순환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반투자자에게는 새로운 투자수단이 되고 증권사들에게는기업공개(IPO)나 M&A, 자기자본투자(PI) 등 다양한 IB업무로 수익구조를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비상장기업에게는 시장 침체기에도 손쉽게 상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유망 비상장기업에는 자금을 조달하게 해줘 금융부문 유동성을 넓혀주고 자본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데도 일조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130조원에 육박하며 금융시장 불안으로 갈 곳 잃은 뭉칫돈이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린데 지금껏 자금이 쉽게 시중으로 흘러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경기침체의 활로를 찾기 위해 돈을 풀었지만 은행에 쌓인 자금이 안전자산인 MMF로만 흐르면서 120조원대 수준의 자금이 막혀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자금은 수익성이 있는 곳으로 몰리게 돼있고 정책적으로라도 수익성을 보존해 준다면 자금을 물꼬를 틀 수 있다"며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증시가 살아나면 자금이 유입될 것이고, 기업들이 실적개선을 보여준다면 채권 발행이든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 조달이 원활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경민 기자 kk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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