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 물이 반 담긴 물컵

호재 등장했지만 다르게 보면 차익실현의 기회

물컵에 물이 반 정도 담겨있다.
이 물을 보고 일부는 '물이 반이나 담겨있다'고 볼 수 있고 '물이 반 밖에 남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어느 누구도 오답을 말한 사람은 없다. 같은 현상이라도 보는 시각은 정 반대일 수 있는 법이다.

현재 주식시장도 비슷한 상황인 듯 하다.
1400선에서 주춤거리는 시장을 보고 상승 재가동을 위한 준비기간이라며, 이 기간을 현명하게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약세장으로의 전환 시그널이라며 오히려 차익실현의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설지, 하락추세가 시작될지 맞추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고 표현하듯, 현재로서는 누가 옳은지, 그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상황을 조금만 바꿔보면 대부분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는 있다.
이를테면 똑같은 반 잔의 물이라고 하더라도 몹시 목이 말라 물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환호받을 수 있지만, 이미 한가득 물배를 채운 사람에게 또다시 반잔의 물을 건넨다면 달갑지 않은 셈이다.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은 일어났다.
전날 다우지수는 8500선을 회복하며 강한 반등에 나섰다. 호재에 목말라있던 뉴욕증시에 마침내 주택 및 금융시장에서의 호재가 등장하자 일제히 환호하며 급등세를 이뤄낸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목이 말랐던 사람들에게는 반잔의 물이 엄청난 선물이었지만, 반잔의 물만 놓고 본다면 그리 큰 호재는 아닐 수 있다. 일례로 미국 주택건설업체의 체감경기가 8개월만에 최고 수준에 올라선 점은 호재이지만, 체감경기는 대부분 설문조사(서베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이 경우 설문조사가 아닌 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나타낸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이번 주 미국 건축허가 및 주택착공건수, 미국 경기선행지수 등의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또 이들 지표가 실제치에 기반하는 지표라는 점을 볼 때, 또 기대감이 지나치게 앞서면 현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을 볼 때 지난주처럼 하락의 빌미가 제공될 가능성도 있다.



미 증시가 큰 폭의 반등을 이룬 만큼 국내증시도 이날 장 초반에는 강한 반등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반등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반등을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시점이라는 뜻이다.

주식시장이 강한 반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수급적 주체가 등장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외국인이 강한 수급적 주체로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외국인은 '눈치보기의 달인'이 된 모습이다. 장 중 내내 관망흐름을 유지하다 시장이 약간 오르면 막판에 매도세로, 시장이 하락하면 막판에 매수세를 보이며 철저한 수익률 게임을 즐기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에서 강한 매수세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7조원이 바닥이라던 매수차익잔고는 지난 18일 기준 6조9100억원대로 떨어졌다.
바닥을 찍었으니 매수세가 유입될 시점이 도래했을수도 있지만, 애초부터 7조가 바닥이 아니었다는 뜻도 될 수 있다. 7조가 바닥이 아니었다면 프로그램 매물은 추가적으로 쏟아질 수 있고, 이렇다할 수급적 주체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프로그램 매물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시점이다.

같은 상황도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호재가 등장했다고 무조건 환호하기에는 주변환경이 그리 밝지만은 않아보인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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