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해진 靑, 박근혜 반대에 속앓이

청와대가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6일 정례회동에서 한나라당의 분열을 극복할 카드의 하나로 친박 중진인 김무성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론에 사실상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전 대표가 하루 만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난처해진 것.

박 전 대표는 현지시각으로 6일 '친박계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과 관련, "(소속 의원들의 투표로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당헌, 당규를 어겨가면서 그런 식으로 원내대표를 하는 것은 나는 반대"라고 말했다고 수행 중인 이정현 의원이 전했다.

박 전 대표의 반대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사실상 물건너갔다. 4.29 재보선 참패 이후 급물살을 타던 한나라당의 쇄신과 화합 논의가 중대 국면을 맞게 된 것.

이른바 김무성 카드는 한나라당의 계파갈등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이 대통령의 집권 중후반기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나온 것.

특히 전패를 기록한 4.29 재보선의 경우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한다. 우선 정권 창출의 주력부대였던 수도권 민심이 집권 1년여 만에 등을 돌렸다는 점이 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로 확인됐다. 또한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영남에 대한 박 전 대표의 확고한 영향력이 그대로 증명됐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말만 '한나라당'이었지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이후 이른바 '친이 vs 친박'으로 나눠진 사실상의 '두나라당'이었다. 친이는 친박을 철저히 배제해왔고 친박 역시 친이 주도의 정국 운영에 대해 방관자로 일관해왔다. 이 때문에 정국 주요 고비 때마다 계파 갈등이 불거지면서 혼선은 극에 달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 전망까지 불투명하다. 만약 선거에서 패한다면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현저히 약해진다. 최악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 17대 총선 이후 치러진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하며 레임덕의 길로 접어든 것과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는 것.

결과적으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라는 회심의 카드는 좌절됐다. 계파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친이 vs 친박'의 신뢰 관계가 어떤 수준인가라는 점만 증명하고 말았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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