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왕의 남자' 이후 거만해져 제 정신 아니었다"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이준기가 영화 '왕의 남자'의 1000만 관객 돌파로 인한 인기 급상승으로 한때 거만해진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준기는 6일 오후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한때 거만했던 시기가 있었다"며 "그 당시에는 너무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열풍이고 신드롬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는 붕 뜨는 기분이었다. 분위기에 취할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제 정신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너무나 많은 매체의 관심을 수용할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준기는 또 "한창 때는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인터뷰할 때도 많았다"며 "처음에는 '잘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다가도 며칠 동안 같은 말을 하면 힘이 빠져서 '왕의 남자'의 성공으로 어떤 기분이냐고 물을 때도 (심드렁하게) '좋죠, 뭐'라고 말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이어 "그러다 보니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계속 듣게 됐고 주위 사람들도 자꾸 멀어졌다"며 "어느 날 돌이켜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배우를 꿈꿨던 애가 스타가 돼버렸던 거다. 내가 배우가 아니라는 공포감이 어마어마했다"라고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이준기는 연이어 출연한 영화 '플라이 대디'와 '첫눈'의 실패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플라이 대디'가 흥행에 참패했을 때 공포감이 장난 아니었다"며 "팬들도 돌아선 분들이 있었고 계속해서 구석에 몰리는 느낌이었다. 참 힘들었지만 '첫눈' 실패 이후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대단한 존재인 것처럼 제게 가졌던 기대가 모두 무너졌기 때문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번 더 무너져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말한 이준기는 "그만큼 그때는 자아도취에 빠져 배역에 몰입도 못 하고 있었다. 대중이 내게 관심을 쏟아준 것이지 믿음을 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나 신드롬에 관한 것을 모두 잊고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찾자' '쉬지 않고 연기하고 연기에만 몰입하자'는 생각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준기는 이후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일지매'를 통해 다시 배우로서 인정받게 된 요즘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지난달 29일 방송분에 이어 2주 연속 '황금어장-무릎팍도사'로 시청자들과 만난 이준기는 솔직 담백한 이야기로 호평받았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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