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안모자, 세계인 머리위 패션 반세기 역사

모자 年 1억개 생산...세계 점유율 35%
10國 17개 법인망 구축...연매출 16억 5000만달러



부천시 오정동에 위치한 영안모자 본사 내에 마련된 '역사관'은 백성학 회장이 '모자왕국'을 일구기까지의 피와 땀이 서려있다.

역사관에 들어서면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낡디 낡은 재봉틀부터 눈길을 잡아 끈다. 이 재봉틀은 백 회장이 지난 59년 자신의 첫 점포를 열었을 때부터 함께한 '동료'다. 실뭉치, 녹슨 바늘 하나하나가 그대로 남아있다.

이 재봉틀에 원단과 실, 바늘이 쉴새 없이 돈 덕에 영안모자는 한해 1억개의 모자를 생산해 16억5000만달러라는 매출을 올리는 모자왕국이 됐다. 천을 단순히 틀에 찍어 만든 넝마주이 모자부터 2500달러에 달하는 최고급 카우보이 모자까지 수백종의 모자들은 왕국의 호위병과도 같은 모습이다.

전세계 10개국 17개 법인망을 통해 판매되는 영안모자는 현재 세계 시장의 35%를 장악하고 있다.

전시관 한켠에는 '영안모자'라는 간판을 달고 아예 가게 하나가 들어섰다. 영안모자의 첫 점포를 그대로 재현한 코너로 가게 가운데에는 절구처럼 생긴 모자틀이 그대로 있다.

영안'이란 명칭은 만주에서 무역업을 하던 조부의 사업체명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 곳에는 현재와 미래도 담겨있다. 모자보다 지게차와 휴대전화 등 다른 분야의 제품들이 더 많았다.

모자왕국의 계열사는 홍천에 공장을 두고 팬텍 스카이 등의 휴대전화를 제조하는 알컴, 세계적인 지게차 브랜드 '클라크', 2000년초 인수한 '대우버스' 가 포함됐다. 기계에도 관심이 많았던 백회장은 모자 제조업과 기계, 자동차 사업의 운영 노하우가 서로 비슷하다는 판단하에 95년도 코스타리카의 한 버스회사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온벽을 장식한 기사스크랩 중엔 91년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가 보도한 '6000만명의 모자를 만든 영안'이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백 회장은 그러나 '가장 최우선은 모자'라고 강조한다.

IT, 기계 등 잔뿌리가 영안이라는 나무를 튼튼하게 지탱해주지만 가장 큰 뿌리인 모자 사업이 자리잡아야 사업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백 회장은 "한 길로만 달려 최고를 이룬 집념과 열정을 살려 바이어 신뢰를 최우선한 경영마인드로 2015년에 30억달러, 2020년에는 약 5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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