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式 '디자인 경영' 활짝 폈다

기아차 수장자리 5년만에 제품 이미지 성공적 변신 이끌어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디자인 경영이 만개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기아차 수장자리에 오른 이후 5년여 만에 회사 제품 이미지를 환골탈태시키면서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사장은 지난해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디자인경영 부문 최고상을 이 회사 대표 자격으로 받은 데 이어 오는 12일 제6회 자동차의 날 행사에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할 예정이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금탑산업훈장 수상자가 없어 사실상 이날 최고의 영예를 받는 셈이다. 특히 업체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상훈을 받는 것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그만큼 정 사장이 일궈낸 성과는 값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하고 있는 완성차에 대해 소비자들은 현대차와 비교해 어딘가 모르게 부족했던 '2%'가 채워진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 어디에 내놓아도 만만찮은 승부를 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지적이 대세다.
 
실제로 최근 1년 동안 시장에 출시된 2000cc급 로체 이노베이션을 시작으로 포르테, 쏘울 등 '세단 3총사'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선보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R은 한달 계약분이 5700여대로 국내 SUV 총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위력을 뽐냈다.
 
주요 신차 판매가 불을 뿜었던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내수 시장점유율이 2개월 연속 30%를 넘어서기도 했다.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자동차 본고장 미국에서도 쏘울의 4월 판매량이 전월 보다 159%나 늘어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뉴모닝과 쏘렌토R의 강세에 하반기 포르테하이브리드까지 가세할 경우 안정적으로 시장점유율을 30% 이상 기록할 것"이라며 "점유율 35% 안착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디자인을 미래 핵심역량으로 설정했다. 2006년에는 아우디 차량 외관을 책임졌던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감행했다.
 
정 사장이 제시한 디자인 방향은 '직선의 단순화'다. 지난해 1월 선보인 대형 SUV 모하비에 이 철학을 처음 적용해 주목을 끌었고, 하반기 신차 세단 시리즈에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글로벌 디자인 네트워크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및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기아차 단독의 디자인 센터를 설립했고, 여기에서 탄생한 기아차의 패밀리 룩이 로체 이노베이션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정 사장의 경영 수완이 어느 정도 입증된 만큼 기아차 또는 현대차 대표이사직 복귀가 멀지 않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해석하고 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