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채용 명문화
인사경영 좌지우지 악습 만연
부모의 뒤를 이어 자녀의 취업을 보장하는 소위 ‘고용세습’을 명문화하거나 노조 전임자에 대한 근무평가는 최고등급을 매기게 규정하는 등 공공기관 노조의 모럴해저드가 극에 달하고 있다.
사실 고용의 대물림은 노조의 힘이 막강하거나, 내부 비리가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그동안 암암리에 이어져왔다. 하지만 공공기관 일부 노조도 이 같은 ‘대물림 취업권’을 공개적으로 명문화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6일 공공기관 경영공시시스템인 알리오(www.alio.go.kr)에 따르면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조합원의 채용이나 이동, 평가, 승진 등 기관장 고유권한인 인사에 대해 사전 노조와 협의 또는 합의토록 하고 있다. 특히 석유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가스공사,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일부 기관은 조합원이 순직 또는 공상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할 경우 퇴직과 동시에 배우자나 직계 자녀 1인을 ‘특별채용’하는 조항을 갖고 있다. 사실상 세습채용인 셈이다.
가스공사의 경우 ‘직원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지 않아도’ 사망시(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를 제외)에는 무조건 배우자 또는 직계자녀 1인을 특별 채용할 수 있게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간부에 대한 특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노조 간부에 대한 인사나 징계 시 노조와 합의가 필요하고, 전임자의 근무평정 점수는 전임 직전 3년간 평점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전임기간의 평점으로 하도록 강제조항을 달았다. 실제 인천국제공항은 조합임원 및 부서장(14명)의 전보시 사전에 조합에 동의를 얻어야 한다. 철도시설공단, 도로공사는 근무평가 등 노조 전임자 처우를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도록 특혜 규정을 만들어 놨다.
가스공사의 경우 노조 전임자의 쟁의 행위에 따른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노조 전임자는 불법 쟁의를 해도 각종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처럼 공공기관 노조가 무소불휘의 힘을 발휘하게 된 배경에는 또 전체 산업평균에 비해 6배나 높은 노조 조직률과 총 500명이 넘는 노조 전임자 등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법정휴일과 휴가를 제외하고도 사회 통념에 비해 특별휴가, 경조휴가 등이 과도하게 부여돼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예탁결제원, 한국거래소, 산업연구원은 단체협약상 인정되는 경조휴가를 모두 합칠 경우 30~40일을 넘는다.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방송통신대 수업 참석 등 개인적인 학습 출석도 특별 휴가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예금보험공사는 방통대 수업출석기간 전일에 대해 휴가를 내주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근무시장 중에 사적인 학습을 위해 주간 대학 또는 대학원 진학을 허용하고 있다.
공공기관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노조의 모럴해저드는 기관장들의 온정주의가 합쳐서 극을 달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에 대한 인력구조조정, 연봉삭감 등 혁신방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규성 장용석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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