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에 패밀리룩, 꼭 필요한 걸까

[아시아경제신문 고재완 기자]'패밀리룩'은 한국 자동차 메이커의 끊이지 않는 화두다.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은 국산 자동차들도 하루빨리 패밀리룩을 이뤄 통일성을 가져야한다고, 그래야 우리나라 자동차 디자인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에는 왜 패밀리룩이 필요한 걸까.



패밀리룩이란 자동차 메이커의 DNA라고 할 수 있다. 누가 봐도 한눈에 그 자동차 메이커의 모델이라는 것을 알수 있는 디자인을 패밀리룩이라고 한다. 패밀리룩은 가장 보편적인 라디에이터 그릴이 될 수도 있고 헤드라이트 디자인이 될수도 있고 전체적인 디자인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전세계의 유명 자동차 메이커들은 대부분 자신들만의 패밀리룩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패밀리룩을 철저히 지키며 이어나가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메이커 BMW에서 가장 특징적인 패밀리룩은 역시 '키드니 그릴(Kidney Grill)'이라고 불리는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두개로 분리된 라디에이터 그릴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BMW인 것을 알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넓직한 가로 라디에이터 그릴을 패밀리룩으로 삼고 있고 프랑스 자동차 메이커 푸조는 펠린룩이라 불리는 고양이 눈 모양의 헤드라이트를 패밀리룩으로 삼고 있다. 아우디는 범퍼 밑까지 내려가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에 직사각형 모양의 헤드라이트가 패밀리룩이다.





국내에서도 물론 패밀리룩은 시도되고 있다. 2004년 현대차의 쏘나타와 그랜저가 출시됐을 때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드디어 현대차가 패밀리룩을 시작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네시스가 출시되면서 쏘나타와 그랜저와는 또 다른 디자인이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후 새로나오는 차들의 디자인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물론 제네시스에서 베라크루즈, 뉴 에쿠스로 이어지는 디자인도 패밀리룩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형차 디자인과는 아직 판이해 아직 현대차는 본격적인 패밀리룩을 시도하기 전이라는 의견이 많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중 본격적으로 패밀리룩을 시작한 곳은 기아차다. 기아차는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총괄부사장(CDO)로 영입하면서 패밀리룩을 이루기 시작했다.



로체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인 로체 이노베이션에서 쭉 뻗은 직신의 헤드라이트와 슈라이어 라인이라고 불리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처음 선보인 기아차는 포르테와 최근 출시한 쏘렌토R까지 완벽히 패밀리룩이라고 부를 수 있는 디자인을 고수했다. 또 쏘울에도 똑같은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장착하면서 슈라이어라인의 그릴을 보면 누구나 그 차가 기아차임을 알게 했다.





패밀리룩은 마케팅의 일부다.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선택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 마케팅으로 인해 더 안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굳이 패밀리룩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특히 패밀리룩으로 인해 발전적인 디자인을 하기 힘들어지고 그것이 판매 감소로 이어진다면 패밀리룩은 독이 된다.



현대차가 굳이 소형차들에 새로운 패밀리룩을 급하게 적용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역사가 오래된 자동차 브랜드들이 자신만의 패밀리룩을 유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패밀리룩이란 1~2년만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고 가장 잘 어울리는 패밀리룩을 시도하는 것이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할일이다.







고재완 기자 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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