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 6개월여가 지나고 있는 가운데 한때 월가의 큰손으로 떠올랐던 일본 금융권의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지각변동의 주인공은 일본 3위 금융그룹인 미쓰이스미토모 파이낸셜과 신세이은행, 보험업계의 큰손 손포재팬이다.
이들 3사는 금융 위기 여파에 따른 손실이 비교적 적었던 만큼 재무상태가 크게 흔들린 업계 경쟁사들을 집어삼킬 기회를 호시탐탐 노려왔다.
◆미쓰이스미토모, 증권강자로 부상=이런 가운데 재건에 나서고 있는 씨티가 닛코코디알증권을 매물로 내놓자 미쓰이 스미토모가 덥썩 물게 된 것. 미쓰비시UFJ, 미즈호 등 업계 1, 2위 금융그룹에 비해 타격이 덜했던 미쓰이스미토모는 이를 통해 증권사업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 동안 일본의 3대 금융그룹은 기업인수합병 중개와 주식채권 인수 등을 담당하는 법인위주의 증권사를 키우는데 혈안이 돼 왔던 만큼 개인을 상대로 한 증권사업은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닛코코디알증권 인수를 둘러싼 금융그룹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하지만 닛코코디알 인수를 눈앞에 둔 미쓰이스미토모에게는 새로운 문제가 떠오를 전망이다. 닛코코디알을 인수할 경우 다이와증권과 공동 출자해 설립한 다이와증권SMBC와 업무가 분산, 같은 금융상품을 팔게 되면 수입도 나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쓰이스미토모는 아예 다이와증권그룹과 손을 잡고 산하 회사를 재편하는 것이 숙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SMBC프렌드증권 등 산하 회사의 예탁자산은 총 37조엔으로 업계 3위지만 다이와증권까지 가세하면 77조엔으로 불어 1위인 노무라홀딩스(58조엔)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업계 최강자로 올라서게 된다.
◆'약자연합', 업계 6위로 껑충=은행권 한 켠에서는 과거의 버블붕괴 여파로 1998년 파산한 뒤 일시 국유화를 거쳐 2000년에 재차 민영화된 2개 금융사가 합병을 목표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
이들 신세이은행과 아오조라은행은 양사 합쳐 총 4000억엔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갚을 길이 없어 단독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합병을 모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은행 모두 지점 수가 적고 대출 여력이 타 은행들에 비해 열악한 점을 감안해, 신세이은행은 소비자금융을 인수하는 등 개인을 상대로 한 금융을 특화하는 한편 아오조라은행은 지방은행의 네트워크를 살려 기업회생이나 부동산금융을 강화해 해외 증권화상품 등에 적극 투자해 수익을 벌충해 왔다.
하지만 금융 위기 여파로 수익성 개선을 위해 손댔던 증권화상품에서 큰 손실이 발생하면서 경영환경은 단숨에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시장에서는 두 은행의 통합으로 비용절감을 전망하는 한편 일각에서는 아오조라의 대주주인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가 신세이은행 산하 소비자금융이 안고 있는 '과불금' 부담을 문제삼아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손포재팬, 日보험업계 큰손 부상=보험업계에서는 손포재팬이 내년 4월1일 증시 상장 예정인 다이이치생명보험과의 제휴에 나서고 있다. 내년 4월 닛폰코아 손해보험과 통합예정인 손포재팬은 다이이치와의 제휴를 통해 향후 사업확대의 포석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이이치 역시 안정적인 주주 확보에 나서왔던 만큼 통합효과는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다이이치가 상장 전이기 때문에 지분 확보 수나 보유 비율 등은 향후 협의를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일본 손해보험 업계는 내년 봄 미쓰이스미토모 해상과 아이오이손해보험·닛세이도와손해보험 3사가 내년 4월 통합할 예정에 있어 도쿄해상홀딩스, 손포재팬 등의 3대 손해보험사들의 격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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