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의 단비처럼 장밋빛 전망로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한 발 물러섰다. 낙관적인 발언의 수위를 낮춘 것. 뿐만 아니다. 세계 경제를 장악한 위기를 얕보지 말아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이트너는 경기 침체가 진정되고 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어진 발언은 평소와 달랐다. 그는 "아직 (세계 경제가) 터널의 끝에 근접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일부 지역에서 금융시스템이 완만한 회복을 보이고 있으나 세계 경제를 강타한 어둠의 터널을 곧 벗어날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경계심을 자극했다.
가이트너는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난관이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난관들을 과소평가 할 경우 침체 둔화와 국제 무역의 회복 신호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경기부양책에 대한 성과에 대해서 그는 "고무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침체와 금융시스템 붕괴를 복원하는 데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이어진 장밋빛 전망과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그는 지난 19일 아사히 TV와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2차 금융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말로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을 진정시켰다.
또 지난 21일 의회 증언에서는 추가 구제금융이 필요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은행이 충분한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는 말로 스트레스 테스트의 파장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도 했다. 이달 초 가이트너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를 통해 금융시장에 고무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경제 현안에 대한 가이트너의 고무적인 발언은 탄탄한 주가 버팀목이 되었고, 증시에 '가이트너 효과'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현지 언론도 가이트너의 '입'이 거칠어진 데 대해 주목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이트너의 경기 진단이 G7 회의 성명서보다 어둡다'고 평가했다. 성명서에서 G7은 경기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말 미약한 성장 회복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긴장감을 자극하는 가이트너의 발언이 전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부양책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