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에서 기업 인수합병(M&A) 바람이 다시 불어올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007년 10월 이후 글로벌 증시가 가파르게 하락해 인수 비용이 낮아진데다 최근 증시가 반등을 보이자 다양한 업종에 걸쳐 M&A가 활기를 보이고 있다.
◆ M&A 봇물..하룻만에 270억弗
거의 몇개월간 조용했던 M&A 시장이 봇물이 터진 듯 지난 20일(현지시간)에만 세계적으로 발표된 M&A는 모두 10건에 270억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현금거래였다.
오라클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74억달러에 인수키로 했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스티펠래보라토리즈를 36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펩시코는 보틀링업체들을 60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같은 M&A의 급증은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본격적인 M&A시장 회복은 여전히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노무라의 윌리엄 버레커 투자은행부문 공동대표는 "기업들은 시장이 반등하면서 이를 이용해 전략적인 거래들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기업들의 신뢰도는 낮아 향후 몇달간 주식 시장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증시 반등에 M&A도 활성화
경기 침체를 나타냈던 지난 1분기에는 M&A가 크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유일하게 의약업계에서만 M&A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의약업계에서 M&A가 주로 이뤄졌던 것은 안정적이고 현금확보가 용이한 업종이면서 최근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들어 4월까지 M&A는 6595억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대비해서는 33%정도 줄어든 것이며 지난 2007년 같은 기간에 1조4243억달러에 이르며 최고수준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씨티그룹의 윌헬름 슐츠 유럽 M&A 부문 공동대표는 "M&A 실적은 주식시장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주식시장이 강세를 회복하면서 투자자들의 확신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같은 강세는 자금부족이나 불확실성을 낮춰 M&A를 활성화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 시장가치 하락 틈타 전략적 M&A
한편 최근에는 주식시장 하락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전략적 인수를 추진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이달 초 주택건설업체인 풀티홈스의 경우는 같은 업종의 센텍스를 인수하면서 비용절감과 세금 환급 등의 두둑한 보너스를 챙겼다.
오라클의 선마이크로 인수나 GSK의 스티펠사 인수 등도 시장확대와 더불어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마이크로도 최근 6000명을 감원한 바 있으나 오라클로 인수됨에 따라 추가 감원이 유력한 상황이며, GSK의 경우도 중복되는 일자리를 크게 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필립 노블릿 M&A 담당 이사는 "대형 M&A의 경우 시장가치가 낮아진 틈을 타서 시장확대 및 비용절감 등 전략적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한 M&A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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