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조원 국고채 ‘체할라’ 우려


재정위, ‘8조원’ 감량해야
정부, MMF 풍부한 유동성...국채 소화 가능 자신


정부의 국고채 발행에 적신호가 커졌다. 대규모 국고채 발행이 시장의 소화불량을 야기 시킬 우려가 높기 때문에 당초보다 8조원 정도는 줄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당초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부족분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슈퍼’추경을 편성함에 따라, 이에 따른 재원확보에 91조원대의 국고채 발행이 계획했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2009년 기금운용계획변경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국고채 발행이 지난해 월평균 발행물량인 4조3000억 원에 비해 최대 8조1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은행채·회사채 등 다른 채권시장의 구축 가능성 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고채 외에도 40조원의 정부보증구조조정기금 채권 발행도 준비하고 있어 시장의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재정위측은 “외국환평형기금 예탁액 가운데 순증 부분인 7조8000억 원과 남북 협력기금 2580억 원은 필요시까지 예탁을 유보함으로써 국고채 발행 급증으로 인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올해 외평기금 예수금 규모를 26조6000억원으로 잡았지만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다 외화발행한도 여유분을 원화로 전환해 외평채를 발행할 수 있어 예수금 한도를 더 감액할 여지가 있다는 것.

또한 올해 현재 남북협력기금의 여유자금 규모가 1조328억원에 이르고 최근 북한의 로켓 발사 여파에 따른 남북간 사업 집행이 부진할 것으로 보여 예탁 규모를 축소하거나 필요시까지 유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3년물, 5년 물의 발행이 큰 차질 없이 소화되면서 한국은행의 매입 요청도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국채소화물량에 자신있어했다. 재정부는 추경재원마련 차원에서 지난 14일 3년 만기 국고채 200억원(액면가격)을 환매조건부로 첫 발행했고, 1년 이하 단기국고채 발행도 검토하며 국채 소화를 위한 다각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과 증권금융 등이 5년물 등 중장기 국고채 물량을 사들이며 국채 물량의 숨통을 터주고 있다. 실제로 채권시장에선 국민연금이 지난 13일 실시된 5년 만기 국고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두형 증권금융 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현재 시중 자금에 단기자금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높다”며 “중장기물에 대한 국고채 물량 소화를 위해 자체 자금으로 올해 2조~3조원 규모의 국채를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당장 국고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은 적지만 향후 국고채 발행 추이를 지켜보면서 언제든지 매입에 나선 다는 계획이다.

◆ 800조원 대 단기자금 유치가 관건

시장에선 정부의 대규모 국고채 발행을 소화하기 위해선 800조원으로 추정되는 유동성이 풍부한 단기자금을 국고채 매입으로 끌어들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에서도 이를 위해 MMF(Money Market Fund) 편입 대상 국고채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MMF 편입자산 법위를 5년 이하 국고채까지 확대하고 1년 만기 국고채 발행을 검토고 있다.

재정위 측은 “단기자금을 중·장기 투자로 유입시키기 위해 현재 3년 이상 자산 총액의 60%이상을 국내 회사채, 기업어음에 투자할 경우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비과세해 회사채에 대한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장기회사채형저축’과 같이 국고채에 장기투자를 하는 집합투자기구에 대해서도 분리, 저율과세 등의 일정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가 국고채 수요확대를 위해 외국인 이자소득세 원천징수 면제 등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외국인의 국고채 투자가 단기 채권에 집중될 경우에 현재 90%를 상회하고 있는 유동외채비율 증가로 이어져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보유 채권 만기가 특정시점에 집중되고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국제금융시장에 디레버리징(De-leveraging:자산축소) 경향이 존재하게 되는 경우, 또는 대내외 금리차 축소와 CRS금리(통화스왑: Currency Swap) 상승 등으로 재정거래 유인이 감소할 경우에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규모 이탈이 우려된다는 것이 재정위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국내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자본 규모가 2007년 GDP의 10.2% 수준인 69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국고채 보유현황 및 만기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만기 분산 노력을 진행 중”이며 “가급적 재정거래나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를 보다는 중·장기적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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