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칼럼] 권력이 '부패의 싹'인가

연일 터져 나오는 참여정부 '부패 스캔들'의 끝이 어디인지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 대한 수사가 강도를 더해가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 형, 친인척은 물론 최측근들도 거론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한마디로 '노무현 쇼크'다. 도덕성과 청렴을 내세워 깨끗한 정치를 하고 사회를 개혁하겠다고 당당했던 그가 권력의 맛에 길들여지면서 부패의 늪에 빠진 것이다.



"이권 개입이나 인사 청탁을 하다 걸리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누누이 강조했던 그였기에 비리 소식을 접하는 국민은 경악과 분노를 넘어 심한 배신감마저 든다. 그들은 거액의 돈가방을 청와대에서 받았고 수시로 돈을 건넸다. 그들이 스스럼없이 돈 거래 한 것을 보고 일부에서는 '패밀리 간에 주고받는 것과 같은 모양새'라고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부끄러움도 없고 죄의식도 없이 '검은 거래'를 하였다면 그들의 인식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또 누가 봐도 할 말이 없을 법한데 노 전 대통령은 고비마다 특유의 승부수를 띄우며 정면 돌파해왔듯이 이번에도 홈페이지에 글을 띄우며 자기 방어에 나서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씨가 돈 받은 사실을 실토하며 릲사과한다릳고 말하더니 며칠 뒤 릲제가 아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는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릳이라며 좀 두고 보자는 식으로 바꾸고 세 번째는 릲해명과 방어가 필요한 것 같다릳고 글을 올려 모종의 반격카드를 모색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갖게 하고 있다.

 

그러나 예전 그가 승부수를 던졌던 때와는 모든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산 지역구에 출마해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을 얻으며 국민적 정치인으로 부상한 것이나 2002년 여당 대선 후보 때 지지율이 급락하자 당시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집권에 성공한 것 등은 이젠 잊어버려야 한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검찰이 밝혀내기 전에 스스로 구태를 벗고 무거운 짐도 내려놓아야 한다.

 

타이완 국민들은 지난해 이른바 '아비엔증후군(阿扁症候群)'에 시달렸다. 쉽게 분노하고 초조하며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미래에 대한 절망감에 쌓여 사는 가치관의 혼란을 심히 겪었다. 장기 집권으로 타락할 대로 타락한 국민당 정권을 몰아내고 총통에 오른 천수이벤이 부패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천수이벤은 무려 330억원에 달하는 돈을 세계 13개국에서 세탁하고 부인은 거액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아 타이완판 '옷 로비 사건'을 일으키는 등 사위, 며느리, 처남이 모두 동원된 전형적인 특권층 비리를 자행했다. 개혁과 도덕성을 내세웠던 정권의 말로에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우리나라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터져 나오는 '대통령 비리'가 이젠 주기화 되어버린 인상이다. 재임 중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던 전두환씨는 부인과 형, 동생이 비리와 연루됐고 노태우씨 역시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김영삼씨도 아들 현철씨가 한보 특혜 비리에 개입해 대통령 재임 중 구속되는 첫 사례가 되었으며 김대중씨는 이른바 '홍삼 트리오'로 2명의 아들이 구속되는 등 어느 정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번 되풀이 되는 권력형 비리를 보는 국민의 마음은 절망적이다. 권력을 잡으면 집권 과정의 고생을 보상이라도 받듯 작은 힘도 무소불위로 휘둘려댔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 권력 주변 사람들의 안하무인은 더욱 가관이었다. 이젠 비리 악순환의 고리가 끊겨야 한다. 지금 벌어지는 참담한 현실을 반면교사 삼아 현 정권은 제발 같은 전례를 밟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벌써 여기저기서 '악취'가 난다는 소리가 들린다.

 

당 태종이 신하들에게 한 얘기를 옮긴다. 릲옛 사람들이 말하기를 '재앙과 복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취하는 것'이라 했소. 자신을 해롭게 하는 것은 모두 재물의 이익을 탐하는데서 비롯되오릳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