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전규모 40억달러..신고만 하면 아무나, 원화→외화 '불법'환전도 가능
'널뛰기 환율'에 지난해부터 사설환전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관리 시스템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까지 등록된 사설 환전소는 1400여개로 1년만에 30~40%나 늘어났다. 그러나 이들 환전소에 대한 관리나 제재는 거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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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농협도 대거 등록..사설환전 40억弗육박
한국은행은 분기를 기준으로 비정기적으로 환전소 현황을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남대문, 명동 일대에서 일부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개별 환전상들까지 포함하면 관리 범위가 넓어 등록 후 영업실태 등은 더욱 파악이 쉽지않은 실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원화 환전을 해주면서 차익을 먹는 업체 등록이 최근 많아진 것을 보면 올해 초 환전상 수가 좀 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분기마다 은행들로부터 보고를 받는데 본부별로 시차, 지역차가 있어 자세한 수치는 알수 없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단기간에 200원 넘게 오르내리면서 단위농협을 비롯한 개인 환전 영업자들도 사설 환전 대열에 가담했다.
농협중앙회 소속이 아닌 단위농협의 경우 은행으로 포함되지 않아 따로 환전 영업 등록을 해야 한다.
한은 측은 "지방에는 은행 지점들이 많지 않아 단위 농협에서 주로 환전업 등록을 한 후 외화를 바꿔주고 있다"며 "군산, 진주, 진천 등은 아예 환전업 자체가 없었는데 새로 등록한 곳이 생겼으며 이를 포함한 사설 환전 규모도 40억 달러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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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만 하면 '한은 공인 환전소?'
사설환전소는 한국은행에 등록만 하면 쉽게 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몇몇 사설환전소가 '한은 공인 환전소'라고 홍보하지만 사실상 의미는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보다 환율을 더 쳐준다고 해서 환전을 했지만 막상 돈을 바꾸고 나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외국인도 허다하다. 그때 그때 다른 환율이 적용되다보니 고객 요령에 따라 적용되는 환율이 달라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외화를 원화로 바꿔주는 환전소는 대부분 은행보다 안쳐준다"면서 "물건 팔때 마진을 얼마 붙이라고 규정하지 않듯 사설환전소가 적용하는 환율에도 정해진 범위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환거래 업무 내부규정에서 환율 영업자 업무에 대한 규정이 있기는 하나 대부분 승인만 해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업무"라고 덧붙였다.
승인 요건도 느슨하다. 한은의 담당 부서는 법인의 경우 등기부등본이나 사업자 등록증, 개인의 경우 주민등록증 여권 등을 제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영업장 등기부등본과 도면을 그려서 제출하기도 한다.
허술한 사설환전소 관리방법은 이 뿐만 아니다. 외국인이 환전으로 피해를 입어도 구제해 줄 방안은 찾기 어렵다.
한은 담당자는 "환전 영업소들의 경우 출장 환전이 안되고 지정거래 은행에서만 외화를 팔아야 하는 등 규정이 있다"며 "외국인들이 환전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정해진 신고 절차 등은 없다"고 말했다.
한 배낭여행 전문가는 "사설환전소의 경우는 여행자들이 많이 환전을 하기 때문에 바쁜시간에는 바가지 쓸수 있다"며 "그날 그날 환율 조회후 전화를 통해 환율을 확인하고 가는 편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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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돈은 못바꾸고, 한국돈은 바꾼다?
한은 관계자는 사설환전소에 대해 외국인이 외화를 원화로 환전할 경우에 한해서만 영업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내국인이 원화를 외화로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법이라는 이야기다.
외국환거래규정 제3-2조 (환전영업자의 업무)에 따르면 환전영업자는 거주자 또는 비거주자로부터 내국지급수단을 대가로 외국통화 및 여행자수표(이 조에서 "외국통화등"이라 한다)를 매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내국 지급 수단이 아닌 해외 여행 자금이나 출장 명목의 환전 등은 안되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 명동,남대문 일대의 환전소들은 원화를 외화로 바꿔주기도 한다.
한 사설 환전소 관계자는 "1000달러 이상 환전할 경우 원화를 바꿔줄 수 있다"며 "그 이하는 은행에서 우대를 안해주기 때문에 환전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외화를 원화로 바꾸는 것은 허용하되 원화를 외화로 바꾸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 모호한 규정은 이미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거주자가 외화를 환전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그러나 환전소 담당자가 허위로 기재할 경우에는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1년에 한번 내지 두번 정도 현장으로 업무 검사를 나가는데 주로 환전 매입 증명서라는 전표를 통해 환전 실적으로 대조한다"며 "환전소 직원들이 환전한 고객의 이름과 여권번호, 금액들을 적게끔 돼 있는데 이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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