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vs 인터넷 업계 '공짜 전화' 격돌

이통사, 음성 수익 악화 우려해 VoIP 지원 소극적..방통위도 이통사 입장 지지

서비스 지원해라(VoIP 업계) vs 무임승차하지 마라(이통사)
 
이동통신 시장에 '인터넷전화(VoIP)'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스마트폰에 같은 VoIP 프로그램을 설치한 사용자끼리는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미국 스카이프의 모바일 VoIP 서비스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인터넷 업계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VoIP 업체인 '스카이프'는 애플 아이폰과 림(RIM) 블렉베리용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최근 밝혔다. 앞서 스카이프는 글로벌 1위 휴대폰 브랜드인 노키아용 스카이프를 발표한 데 이어 구글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모바일 기반의 스카이프도 내놓았다.

이들 스마트폰에 스카이프를 설치한 사용자간에는 무료 음성통화가 가능해 요금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이통사들은 음성 통화 기반의 수익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해외 이통사들이 견제에 나섰다. 미국 AT&T는 가입자들의 주 사용 네트워크인 3G 망에서는 스카이프 사용을 차단하고 있다. 커버리지가 약한 와이파이(Wi-Fi) 무선랜을 통해서만 스카이프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인터넷 권익보호단체인 프리프레스는 "사용자들의 선택권 침해"라며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독일 T-모바일도 자사 서비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스카이프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독일 T-모바일은 "VoIP 서비스로 인해 네트워크 트래픽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불법적으로 스카이프를 사용하는 고객은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대해 구글, 스카이프, MS 등으로 구성된 'VON(Voice On Net) 유럽연합'은 "VoIP는 이통사가 아닌 소비자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맞서면서 이번 갈등이 '이통사 대 인터넷 업계'로 확전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외국과 달리 국내 이통사들은 스카이프 사용을 전면 차단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스카이프가 내세우는 '무료 통화'의 허점을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스카이프로 통화하려면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이통사의 음성 통화요금에 비해 결코 저렴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SK텔레콤의 인터넷 접속 정액제는 '넷 1000(1GB/월정액 2만3500원)'이나 '넷 2000(2GB/월정액 4만1500원)'가 있다.

방통위는 설령 국내 이통사들이 스카이프를 차단하더라도 이를 규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돈을 들여 투자한 망에 VoIP가 프리라이딩(무임승차)하려는 것"이라며 "무임승차를 허용한다면 이통사들의 3G투자 의지가 꺾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통사들의 3G 투자 위축은 3G시장 활성화를 억누르고, 나아가 4G에 대한 투자 여력까지 약화시키는 등 국내 이동통신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방통위는 우려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올(All) IP시대인 4G시대가 열리면 이통사들이 자발적으로 VoIP 서비스를 하게 되겠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며 무선 인터넷 전화 무료사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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