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노총 진정한 '변화' 찾아야

민주노총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노총은 1일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임성규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신임 지도부를 찬성 다수로 선출했다.

비록 임기 8개월의 보궐 집행부란 한계를 갖고 있긴 하지만 이번 지도부는 과거 어느 때보다 그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

핵심 간부의 성폭력 파문과 산하 노조의 연이은 탈퇴 선언 등으로 인해 출범 14년 만에 최대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민주노총의 이 같은 현실을 두고 '사망 직전의 말기 암 환자'란 진단까지 내놓고 있다.

사실 민주노총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조직 이기주의에 입각한 '그들만의 투쟁', 사사건건 반복되는 내부 정파 간 갈등, 그리고 '비리 백화점'으로 전락해버린 조직 상층부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과 조합원들이 신뢰를 잃은 지 이미 오래다.

최근 들어선 '제3노조'의 필요성마저 거론된다.

그러나 정작 민주노총 자신들은 '위기'의 원인에 대한 인식에 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대의원대회 결의문에서 현 정부를 겨냥해 "대반격 투쟁에 나서겠다"며 강경투쟁 카드를 다시금 꺼내들었다.

조직의 위기 극복을 위해 대(對)정부 투쟁 강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노조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회연대체로 발전시키겠다"는 임 위원장의 일성은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같은 노동 관계법 개정 문제를 앞두고 소위 진보 진영과 함께 '정치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게다가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파문'에 대한 자체 조사 보고서 공개를 연기한 것은 결국 이번 사건을 유야무야 덮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스스로 "난 강경파가 아니다"며 "우리 자신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무엇을 어떻게 바꾸는 게 민주노총을 위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때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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