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훈 한국신용정보 대표
동구 밖 먼 길을 돌아오는 우체부 아저씨를 하루 종일 기다리며 반가운 편지를 기다리던 모습은 어느새 추억 속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소중한 이의 소식을 담고 우편함을 채우던 손으로 직접 쓴 편지는 핸드폰과 이메일(E-Mail)에 그 자리를 내주었고, 이제 우편함의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은 각종 홍보물과 청구서들뿐이다. 더 이상 기분 좋은 기다림이 아니게 된 우편물 중에서도 가장 반갑지 않은 것은 아마도 빨간 글씨가 선명한 독촉장들일 텐데, 일반인들에게 신용정보회사의 이미지란 그 독촉장의 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채권추심업을 영위하는 신용정보회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게 된 것은 법제도와 종사자의 의식수준이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게 된 채권추심업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이른바 '해결사'라 불리던 불법업자들이 난립하던 채권추심시장에 대해 국가가 법령을 제정해 관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 1997년 신용정보업법의 개정으로 채권추심업이 허용되면서 부터다. 때마침 발생한 IMF경제위기는 걸음마 수준이던 채권추심업을 급격히 성장시켰다. 채권추심업의 업무범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종사원들에 대한 업무수행규준마저 미처 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급증한 금융권내 부실채권의 처리수요에 부응해 신용정보회사의 설립이 잇달았고 경험 있는 추심전문인력이 부족해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 채권관리사들이 추심업무에 투입되곤 했다.
이들은 미숙한 업무처리로 인해 채무자는 물론 위임 채권자와도 갈등을 빚는 일까지 발생하곤 했다. 게다가 사채업자와 결합한 불법채권추심업자들의 강압적인 채권추심문제가 사회문제화되면서 허가 받은 신용정보회사의 채권추심업에 대한 대외이미지는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반해 채권추심업이 오랜 역사를 통해 정착해 온 미국의 경우 현재 약 6500개의 부실채권 관리 및 추심회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채권추심업이 경제체제의 건전화를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채권추심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전문직군으로 분류될 만큼 사회적 위상이 확고하다.
이는 불공정한 채권추심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의 제정을 채권추심협회가 앞장서 지원할 정도로 높아진 윤리의식과 고객에게 보다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정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음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채권추심전문회사들 역시 그간의 과오를 반성하고 채권추심전문인력에 대한 교육의 시행과 내부윤리규정강화를 통해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자정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또한 정부 역시 축적된 사례들을 바탕으로 채무자를 보호하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제도권 채권추심업의 건전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바 사회적 인식에 있어서도 건강한 경제체제 구축의 필수적 요소인 채권추심업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채권추심업은 부실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정리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기업의 현금흐름을 개선함으로써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기업들의 신규거래 설정 시 거래상대방의 신용도 평가, 고객에 대한 상품소개 및 계약유도에서부터 계약관계의 종료 이후의 채권의 회수까지 제반 신용관련 업무를 지원해주는 결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신용정보회사는 이제 단순한 채권추심을 넘어 일선 기업들의 신용관련 근심을 덜어주는 든든한 지원자로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채무자의 입장에서도 채권추심업이란 단순히 일방적인 채무상환요구를 반복해 무거운 금전부담을 지워주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연체가 심화돼 채무자의 신용에 치명적 오점이 발생하기 전에 해결책을 찾기 위해 채무자와 함께 고민하는 개인신용관리의 든든한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축적된 채무관리 노하우를 채무자와 공유하며 채무자의 채무상환방법에 대한 협의는 물론 장기적인 자금운용 계획 수립에도 도움을 주곤 한다. 이에 더해 채권추심업은 국가적 차원의 조세형평성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공채권추심업무의 민간위탁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나 민간전문인력의 활용을 통해 조세부담의 공평성을 확보하고 재정건전성을 개선해온 외국의 사례를 볼 때 신용정보회사들의 축적된 전문성을 활용해 부족한 행정력을 보완하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07년 국세 징수 결정액 170조1136억원 중 8.6%에 해당하는 14조6481억원을 걷어들이지 못했으며, 체납발생 총액의 36.7%인 6조8710억원이 결손 처리됐다. 또한 2008년 말 현재 전국 16개 광역 지자체의 지방세 체납액은 평균 1800억여원에 이르고 있는 형편이다. 일반인들의 채권추심업에 대한 인식개선을 바라기에 앞서 관련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의 사회적 책임감의 제고가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단기적인 이윤의 추구를 넘어 경제적 순기능 창출, 금융소비자의 보호, 기업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전문성 제고와 공신력 확보를 위한 자율적 노력을 계속한다면 채권추심업을 수행하는 신용정보회사가 일반인들에게 건강한 경제체질 유지를 위한 숨은 조력자로 두렵지만은 않은 가까운 친구로 여겨질 날이 곧 도래할 것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