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공개 강행 문제많다

정부 일방추진..업계 "영업기밀 침해"
세금 인하·경쟁 활성화로 가격 낮춰야


정유사별 석유제품 판매(공급)가격 공개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판매가격 공개에 정유사들이 집단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 사별 판매가격 공개는 영업기밀사항으로 외국의 경우에도 사례가 없다는 게 정유업계 주장의 핵심. 실제 미국도 전체 정유사의 평균 판매가격만 공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유소, 시민단체 등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정부의 유류세 인하, 수입사와의 경쟁 활성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SK에너지, S-Oil,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평균 판매가격은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1주일 단위로 공개되고 있다. 지경부 측은 "주유소 판매가격 공개가 소비자가격 인하에 큰 도움을 줬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판매가격의 경우 각 사의 영업기밀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정유사 관계자는 "각 사마다 다른 마케팅전략으로 경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가격마저 공개하라는 건 옳지 않다"며 "기본적인 자본주의마저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유사들은 공급가격 공개가 소비자 가격 인하를 보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정유사가 주유소 공급가격을 3~4주째 많이 안 올렸는데 소비자가격은 꽤 올랐다"며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공개하더라도 주유소에서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오히려 주유소 마진만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석유협회는 정유사별 법률자문 결과를 취합해 이번주중에 지경부에 건의문을 제출할 계획이다. 건의문에는 각 사를 A,B,C,D로 표기하고 평균가가 아닌 최저가 및 최고가 공개 등을 대안으로 제시키로 했다.

지경부는 지난 11일 석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며, 내달초까지 석유사업법 개정에 대한 최종안을 확정, 5월부터는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효율적으로 석유제품 판매가격 인하를 유도하려면 유류세 인하, 수입사와의 경쟁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석유제품 규제가 워낙 까다로워 이를 충족시키는 수입사의 제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유사들의 독과점 구조가 지속된다는 것. 아울러 휘발유의 60%, 경유의 50%에 달하는 유류세를 낮추는 것도 소비자가격 인하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7월초 세제개편안에 유류세 부문 등도 포함해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경부는 현재 휘발유와 경유의 판매가격 유지(100대 85)를 위한 경유의 세부담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손현진 기자 everwhi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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