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부양책 딜레마 '과잉설비 유발'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전 산업 분야에 걸쳐 과잉설비를 야기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가뜩이나 중국 기업의 비중이 높아진 가운데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생산 증가에 나설 경우 세계적인 경쟁 심화가 대두될 수 있으며, 국가별 무역 다툼이 격화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상하이 소재 EU 상의는 이미 중국의 일부 산업은 과잉 설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 투자가 더해질 경우 앞으로 몇 년 후 산업 기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중국 정부가 단시일 안에 경제 성장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한 데 따라 과잉설비가 일으킬 수 있는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동시에 세계 3위의 자동차 생산국이다. 철강과 자동차를 포함한 주요 산업 부문은 이미 공급이 국내외 수요를 넘어선 상황이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알루미늄과 시멘트 등이 30% 가량의 과잉설비를 나타내고 있고, 반도체는 과잉설비가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조 위안(585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과잉설비 문제를 해소한다는 복안을 깔고 있다. 건설 경기를 활성화 해 철강을 포함한 산업재 수요를 늘리고, 설비 과잉 문제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기부양안은 정유시설 건설을 포함해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은행권 대출을 촉진, 과잉 설비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틱증권의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인 후 예펑은 "정부의 대규모 투자는 과잉 설비를 일으킬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정부는 시급하게 내수를 살려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다른 시장의 소비가 부진하기 때문에 중국의 생산을 모두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산업생산은 전례 없는 증가 추이를 보였다. 중국이 10% 대의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힘든 데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소비를 줄이고 있어 향후 수출 및 내수 감소를 감안, 설비투자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세계은행의 이코노미스트인 루이스 쿠지스는 "글로벌 경제가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일부 산업 부문의 설비는 한 번도 가동되지 않은 채 폐기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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