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정치권·노동부 질타에 '혼줄'

"노동부 때문에 되는 게 없다"

경제위기로 실업대란, 취업난 등 노동시장 전체가 흔들리자 너도나도 일자리나누기, 임금 동결·삭감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정부입법예고한 이후 국회로 공을 넘겼지만 한나라당은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고 노동계는 '노동부에 뒤통수 얻어 맞았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4조9000억원을 투입해 5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일자리창출 추경예산안 편성도 근시안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사회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인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은 2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동부가 당장 비정규직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향후 노사관계 더 어렵게 할 단초하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개정시기가 아님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1월부터 한나라당이 한노총, 중소기업들과 만나 여러 대안을 논의해 봤지만 시간도 부족했고 제대로된 논의절차가 아니었다"며 "이런 건 정부가 해야지 국회의원이 총대 매고 해달라그러면 누가 하겠냐"고 반문했다.

노동부는 '100만 대량해고 사태'가 예상되는 7월 이전 무조건 법 개정을 완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이 반발하는 것은 물론, 당내에서도 논란이 많아 4월 국회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 의원은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무조건 4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초지일관 주장하고 있지만 당은 이 법안이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신속 강행처리 하겠다고 정리한 바 없다"며 "노동부가 고용대란을 자처했다"며 직접 공격했다.

노동계도 이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강도높은 4월 춘투를 예고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임금동결 및 인상을 자제하고 정부는 고용유지하겠다는 노사민정 합의를 이룬지 한달 만에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정 강행, 신입사원 임금 삭감 등으로 고용위기를 맞자 '제대로 당했다'는 반응이다.

한노총 관계자는 "한노총에서 일했다는 노동부 장관이 이지경까지 몰아가고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노동부가 일을 다 망쳐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올해는 비정규직문제 뿐 아니라 최저임금, 근로기준법 개정,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등 첨예한 쟁점들이 줄줄이 잇따르고 있어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19일 노동부가 내놓은 일자리 추경예산 대책 역시 '4~10개월'의 단기간 일자리 창출에 집중돼 있어 한시적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사회안정망 확충을 고용확대를 통해 장기적인 일자리를 마련해야 하는게 원칙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당장은 일자리 유지하는 게 우선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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