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시즌 막바지 '빈익빈 부익부' 뚜렷

어닝 시즌(실적 발표)이 막바지를 향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기 생존의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극을 향해 치닫는 모습이다.

12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정보 제공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밝힌 1229개 상장사 가운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기업은 117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 55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기아차는 지난해 308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삼성SDI는 5670억원 적자에서 888억7300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대비 500%를 넘어선 기업은 40곳에 달했다. 단순 수치 기준으로 코스닥 상장사 아바코와 신화인터텍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무려 4만1320.37%, 1만3425.12%를 기록했다. 유가증권 상장사에선 금강공업이 영업이익에서 전년 대비 6846% 증가했다.

반면 최근 코스닥 시장에선 퇴출이 우려되는 기업들이 연일 수면 위로 올라오는 등 흉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발효 이후 ▲자본잠식률 50% 이상 ▲최근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 자기자본 50% 초과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 사업손실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30억 미만 등 상장 폐지와 관련된 공시를 한 상장사는 무려 32곳에 달한다. 하루 평균 1.2개 기업이 시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셈이다.

파생상품 '키코'에 발목 잡힌 태산엘시디는 지난 11일 최근 사업연도 말 현재 자본 전액 잠식 및 자기자본 10억원 미만임을 공시를 통해 알렸다. 태산엘시디는 지난 3분기 말까지도 자본 전액 잠식이었다. 심텍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키코에 물린 기업의 경우엔 실질 심사 대상이 아니라 상장위원회 이의 신청을 통해 최장 2년 동안 상장을 유예토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분기 말 자본 전액 잠식이었던 IDH도 감시의 물망에 올랐다. 자본잠식률 74.32% 였던 이노블루는 최근 사업연도 말 자본 전액 잠식 상태에 빠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외부 감사인의 감사보고서 상 사실이 확인되거나 사유 해소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사업보고서 법정 제출기한 익일자로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며 투자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사유 해소를 입증하는 대차대조표 및 감사보고서를 제출해도 실질 심사를 통해 퇴출 여부가 갈린다.

이 외에도 다수의 기업이 퇴출 위기에 몰리면서 상장 폐지 기업이 역대 최다를 이룰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실질 심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회계 법인에서도 꼼꼼히 감사보고서를 검토하는 분위기"라며 "키코 관련 기업을 제외하곤 상장 폐지 조치를 당하는 상장사가 무더기로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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