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브리핑]정부의 자금 조달과 구축 효과

추가경정 예산(이하 추경)과 자금 조달과 관련해 채권시장이 혼란에 빠져 있다.

경기 침체가 심해지고 있으니 정부가 나서서 돈을 쓰기로 한 것까지는 좋은데 도대체 얼마나 쓸 것인지, 또 그 돈을 어디서 구할 것인지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규모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상태인 것 같다. 아직 불확실하지만 20조원 이상은 써야 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고 언론에서도 비슷한 추측들을 내 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 정도로 충분치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경기 침체로 세금이 잘 안 걷혀서 그걸 보전하는 데만도 자금을 많이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조원 이상의 자금 조달이 큰 규모인가? 그렇다. 채권시장이 갑자기 20조원의 새로운 채권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은 안 그래도 자금 조달에 혈안이 된 각 경제 주체들을 생각할 때 만만한 상황이 아니다. 국채만 고려해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사실 작년 말 세운 올해 국채 발행 계획도 이미 성장률 방어를 위한 예산을 포함한 상태로,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규모다.

국채만 그러면 그나마 괜찮은데 공사채 발행도 계속되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 공사 위주의 특수채 순증 발행액은 24조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공사들이 2월까지만 벌써 15조원 이상을 쏟아 냈다.

왜 그런가? 민간 부문의 투자가 위축되자 성장률 방어를 위해 공사들이 올해 사업 규모를 늘이고 하반기에 예정된 사업을 상반기에 당겨서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경기가 나빠지면 줄어드는 회사채 발행도 이번 경기 침체기에는 오히려 늘고 있다. 장사가 너무 안 되다 보니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거나, 생길 수 있는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회사채 발행으로 ELS를 제외한 일반 회사채 순증 발행은 올해 1~2월 중 11조원에 달했다. 작년에는? 1년 전체로 11조원이었다.

결국 이렇게 각 경제 주체가 나서서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에서 국채 발행 물량이 갑자기 늘어나게 되니 한국은행이 국채를 사 줘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필요할 때 그렇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MMF에 돈이 많이 몰려 있으니 1년 만기 국채를 발행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국채를 직접 매수하는 것은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으로서 지금처럼 환율 급등기에 상당한 위험을 내포한다. MMF를 겨냥해 1년 만기 국채를 발행하면 단기 구간에 안정되고 유동성 높은 투자수단을 제공해 자금 단기화를 고착할 가능성이 있다. 지표물인 3년~5년 국채를 많이 늘리는 것은 어떨까? 이것도 문제다. 공사들과 기업들이 주로 자금을 조달하는 구간에 정부가 끼어드는 셈이다.

결국 합리적인 것은 그나마 분리돼 있고, 고금리 장기채를 원하는 장기 투자기관들이 소화할 수 있도록 장기채 발행을 늘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 있지만, 구축 효과와 만기 때 차환 발행 부담을 덜 수 있다. 한국은행의 개입도 무조건적이기 보다는 시장 상황을 봐 가면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단기화된 자금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 시장 기능을 중시하는 합리적인 추경 자금 조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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