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가 결국 파행끝에 마무리되면서 향후 숙제만 잔뜩 남겨둔 상황이 됐다.
미디어법안 문방위 직권상정으로 촉발된 여야 결전은 미디어법안의 처리시기와 표결처리라는 합의를 이뤄냈을뿐, 대부분의 경제법안은 다시 발이 묶였다.
향후 국회 일정도 순탄치 않다.
한나라당은 3월 임시국회를 통해 미처리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지만, 민주당은 응할 생각이 없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이 있지만 3월 국회를 당장 열지는 않겠다"면서 "3월 적정 시점에 임시국회를 열어 미처리 법안을 처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냉각기를 갖는다는 의미와 함께 김재윤, 문학진, 강기갑 의원등 야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야 함을 강조하고 나선 것.
차명진 의원 폭행사건도 이미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따라서 어느 수위의 사정 칼날이 몰아칠지가 1차적인 당면현안이다.
이와관련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폭력은 국회 뿐 아니라 어디에서도 사라져야 할 것이지만 여야에 들이대는 잣대가 달라서는 절대 안된다" 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은 3월 임시국회 개회에 이미 반대의사를 표시한 상태다.
한나라당이 3월 임시국회가 없다고 선언했으면서, 이제와서 말을 바꾸냐는 것.
정 대표는 4일 "여야간 신뢰가 상실되고 정치가 완전히 실종된 최악의 성적표로 마감하게 됐다" 면서 "미디어법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수렴된 국민의견을 입법에 성실히 반영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더이상 호락호락하게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사표시로, 이미 당내에서는 지도부 인책론이 불거지면서 강경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도 3월 임시국회와 관련 "수업시간에 놀다가 수업이 끝나니 다시 공부하자고 하는 것으로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야당이 합의문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일부를 위약함으로써 마지막 오점을 남겼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3월 임시국회 개회를 두고 여야간 치열한 대립이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선 한나라당이 독자적으로 임시국회를 여는 시나리오도 거론되지만, 정국이 파국으로 가는 것은 예정된 길이다.
한나라당으로선 이미 쟁점법안 처리에 시동을 건 상태여서 여기서 물러설 수도 없는 입장이다. 벌써부터 한게 없다는 당내외 비판에 휩싸여 있다.
4월 임시국회로 넘기기에도 국내외 환경이 순탄치 않다.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여론악화 가능성에 3월말 국회에 넘어올 추경안도 고민꺼리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엔 4월 재보선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상호불신이 극에 달한 여야가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향후 정치일정은 오리무중의 안개속 형국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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