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 "회사는 나의 분신 … 아낌없이 지원"

롯데 계열사에 950억 주식 내놔

"롯데는 나의 분신과 같습니다. 아픈 곳을 보고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계열사들을 위해 950억원 상당의 개인소유 주식을 내놓았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대기업 오너가 사재를 털어 계열사를 지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롯데기공과 푸드스타, 케이피케미칼 등 3개 계열사에 950억원 상당의 주식 28만800주를 무상 증여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이 주식은 롯데기공과 푸드스타, 케이피케미칼에 각각 500억원, 250억원, 200억원씩 증여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들 3개사는 글로벌 경제 위기로 자금 사정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며 "신 회장이 본인의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결손법인의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뜻에서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어려우면 개인 돈을 털어서라도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게 신 회장의 평소 경영철학이자 지론이다.

신 회장은 앞서 외환위기 당시에도 사재 160억원을 현금으로 회사에 헌납한 바 있다.

또 2000년에는 재무구조가 어려웠던 롯데산업, 롯데전자, 롯데기공에 60억원을, 2007년 말에는 롯데알미늄, 롯데브랑제리, 후레쉬델리카, 롯데미도파 등 계열사에 2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증여했다.

신 회장의 주식 증여로 해당 계열사들은 재무구조가 개선돼 기업신용도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별도의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현행법상 증여받는 기업이 결손법인이면서 그 대주주가 법인이면 증여세를 면제받도록 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예전보다 회사 상황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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