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대형화...구조조정 총대

금융공기업 추경에 6조 증자 요청
수은 4300억, 신기보 2조7000억 지신보4300억 등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공(公)금융'을 대폭 키우기로 했다. 새정부 출범 당시 민영화ㆍ선진화 논리로 금융공기업의 규모감축을 외쳤던 것과 비교하면 1년새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각 부처들이 소관 금융공기업들의 증자 재원을 추가경정 예산에 편성해달라고 요청한 금액만 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ㆍ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금융공기업들은 3월말 확정될 추경예산에 반영될 정부 출자ㆍ출연 금액을 확정해 재정부에 제출했다.

앞서 정부가 부실채권 매입 확대를 위해 자산관리공사(캠코) 자본금을 현행 6600억원에서 최대 3조원으로 늘리기로 한 것을 감안하면, 추경편성에서 검토되고 있는 금융공기업 출자ㆍ출연 금액은 6조원에 달한다.

우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보증기관들은 중소기업청을 통해 총 3조1238억원 규모의 추가 출연을 요청했다.

신보가 1조9000억원, 기보가 8000억원, 지신보가 4238억원(재보증 재원포함) 씩이다.

이들 보증기관은 올해 신보 9000억원, 기보 2000억원 등 정부 출자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12일 정부가 시중 자금난 해소를 위해 수출ㆍ창업 중소기업 등의 대출금을 100% 보증한다는 파격적 정책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추가출연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정부 또한 추경 편성 기준을 '일자리 창출'에 두고 있는 만큼 이들 보증기관의 추가 출연 요청을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추경 편성은 현재 진행중인 사안인 만큼 포함 여부를 속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수출과 중소기업 지원 등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경편성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택수 신보 이사장과 진병화 기보 이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정부 정책에 따라 보증사고율이 외환이기 당시에 육박하는 10%를 넘어설 것이라며 추가출연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보 고위관계자는 "지금은 외환위기와 달리 글로벌위기인 만큼 불황을 이겨내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외환위기때의 보증사고율(14.3%) 수준에 맞는 출연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도 4300억원 규모의 추가 출자을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는 국책은행의 경우 내달 본격 조성되는 자본확충펀드를 이용토록 했지만, 수출입은행은 펀드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추경예산을 통해 요청금액내에서 일정부분 추가 출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 은행은 지난해 현물 6500억원, 올해초 현금 3000억원 등 총 9500억원의 출자를 받았다. 그러나 연초 47조원으로 계획했던 올해 금융지원 규모를 최근 49조원으로 확대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금도 8조5000억원에서 9조원으로 늘리는 등 실물지원을 강화하면서 추가 출자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외화자산이 많아 원ㆍ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는 구조라는 점도 증자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작년말 기준 BIS비율은 8.67%, 기본자본비율은 7.31%에 불과하다.

재정부 관계자는 "환율이 올라 BIS가 떨어졌다는 얘기는 환율이 떨어지면 다시 BIS가 오른다는 것인 만큼 환율 추이를 좀더 봐야한다"면서도 "다만 국책은행에 대해서는 현금 출자가 아닌 현물출자도 가능한 만큼 출자 가능한 주식이 얼마나 있는지 계산해 보고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약 1조원 규모의 추가 출자를 요청했으나, 재정부가 추경 규모 한계등으로 난색을 보이면서 자본확충펀드 이용으로 방향을 바꿨다. 기업은행은 자본확충펀드에서 총 1조5000억원을 배정받았다.

산은 또한 정부 지원이 가능한지 타진에 나섰으나 BIS비율이 바젤2 기준 14.28%에 달하는데다 1조4000억원의 추가출자가 마무리된 지 얼마되지 않아 추가출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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