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로그 마케팅을 둘러싸고 블로거들 사이에 치열한 설전이 펼쳐지고 있다. 기업들이 파워 블로그를 이용, 마케팅을 펼치는 방식이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블로거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파워 블로그들간에 블로그 마케팅을 놓고 찬반 논쟁이 뜨거운 상황이다.
이처럼 블로그 마케팅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전략 휴대폰 가운데 하나인 'T옴니아'폰에 대해 블로그 마케팅을 펼치며 대당 100만원에 이르는 옴니아폰을 해당 블로거들에게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블로그 마케팅은 말 그대로 블로거들의 입을 빌려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마케팅 방식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제품을 만든 업체가 아닌 소비자, 또한 해당 분야에서 영향력이 있는 파워블로거들의 목소리로 제품을 홍보하기 때문에 직접 광고보다 신뢰도가 높고 사용자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블로그 마케팅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블로거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T옴니아폰을 홍보하며 블로그 툴 제공업체인 태터앤미디어와 손잡고 블로거들에게 해당 제품을 미리 제공하고 리뷰 작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에 불거졌다. T옴니아폰이 고가의 제품인데다 무료로 제공됐다는 점에서 공정한 리뷰가 나올 수 있겠느냐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어졌기 때문이다.
블로거들은 "마치 순수한 리뷰인 듯 가장했지만 결국 돈을 받고 글을 쓴 것이나 다름없는 리뷰인만큼 공정할 수 없다"며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가의 휴대폰을 선물로 받은 만큼 날카롭고 정확한 제품 평가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와 태터앤미디어측에 따르면 해당 제품을 제공받고 쓴 리뷰 블로그에는 '삼성전자 T옴니아의 블로그 마케팅으로 작성된 글'이라는 '알림글'이 존재한다. 하지만 블로거들은 "해당 알림글은 거의 보이지 않는 곳에 적혀 있어 사실상 이를 인식하기 어렵다"며 "또한 이같은 문구가 제품이나 돈을 받고 블로그를 작성했다는 뜻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태터앤미디어가 순수한 블로거들의 공간을 상업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일부 블로거들은 "블로그 마케팅이라고 밝힌만큼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기사형식으로 나오는 광고들과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 블로거들은 이번 일로 사용자가 순수하게 자신의 의견과 정보를 나타내는 블로그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전체블로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포털사이트들이 블로그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쓸만큼 인터넷 세계에서 상당한 파워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블로거들이 신뢰를 잃어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에서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결국 T옴니아 소비자들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블로그들을 교묘하게 이용, 마치 실제 소비자들의 제품 리뷰처럼 꾸미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제품을 오해할 수 있는 소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블로그 마케팅이 지속될 경우, 결국 블로그 마케팅 자체가 신뢰를 잃고 효과도 잃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블로거는 "최근 IT제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은 해당 분야에 밝은 파워 블로거들의 의견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기업들이 이런 블로거들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그들의 입맛대로 제품 소개가 나간다면 누가 블로그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함정선 기자 m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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