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전쟁' 얼큰한 전초전

롯데 소매유통망 활용 판촉전
진로 '롯데 불매운동' 루머...직원 경각심 고취

하이트-진로그룹과 롯데그룹이 다음달로 예견된 '소주전쟁'을 앞두고 벌써부터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류업계에선 롯데와 진로 간에 벌어질 소주전쟁이 두산 대 진로 싸움과는 차원이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브랜드로 변신한 '처음처럼'은 소매유통망이 없는 두산의 판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롯데마트 등에 이미 '처음처럼' 매장을 전진배치하고 진열 공간을 확대하는 등 주류 대전에 대한 준비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롯데마트,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 롯데 계열사들의 막강한 유통망을 활용, 진로의 '참이슬'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또 롯데소주 출시를 전후해 대대적인 판촉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롯데그룹은 지난 10일 올해 임원인사에서 두산주류BG의 김영규 부사장을 롯데주류BG의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진용 구축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와 함께 현재 두산타워에 근무중인 두산주류 인력을 다음달 7일 서울 역삼동 3M빌딩(5~7층) 신사옥에 배치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이 지분 85%를 갖고 있는 롯데아사히주류와 롯데칠성의 위스키 브랜드 스카치블루 사업부도 롯데그룹 내 주류 사업 시너지를 위해 같은 건물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주류BG 관계자는 "소주의 경우 두산주류 유통망을 이용하겠지만 기존 롯데가 구축한 영업 유통망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3월 이후에는 구체적인 마케팅 전략을 시장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하이트-진로그룹이 자사 직원들에게 롯데그룹의 계열사 제품을 사지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에 대한 진위에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참이슬'의 맞수 '처음처럼' 소주를 사들인 롯데가 오비맥주까지 인수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류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가하던 '주류공룡'의 아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자사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이같은 불매운동설에 대해 하이트-진로그룹 관계자는 "현재 주류시장과 관련된 수많은 루머들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 또한 그중 하나"라면서 "롯데 불매운동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력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같은 루머에 대해서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우리는 새로운 경쟁상대를 맞아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룰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막강한 유통 조직을 바탕으로 공격경영을 전개할 경우 진로도 입지를 담보할 수 없다"며 "올해는 롯데와 진로의 소주전쟁이 주류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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