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아스팔트 가격갈등 재점화"

시멘트 가격인상에 레미콘 반발...정유 아스팔트값 인하에 아스콘 "더 내려야"

건설의 핵심 자재인 시멘트와 아스팔트 가격을 두고 공급처인 대기업과 수요처인 중소기업간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시멘트는 업계의 가격인상 통보에 레미콘업계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는 반면 아스팔트는 가격 인하를 두고 아스콘업계가 추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가 최근 레미콘업체들에 시멘트가격 인상을 통보함에 따라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성신양회 등 7대 시멘트업체가 모두 가격인상에 나서게 됐다.

시멘트업계는 유연탄값 폭등과 환율상승, 채산성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해 9월 성신양회를 시작으로 시멘트가격을 t당 5만9000원선에서 22%(1만3000원) 가량 인상한 t당 7만2000원∼7만5000원까지 인상했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레미콘업계가 반발하면서 대금결제 과정에서 인상된 가격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3월 이후 성수기와 유연탄 연간도입계약을 앞둔 업계는 최근 관련단체와 개별업체들이 나서 레미콘업계에 단가 인상을 설득하는 한편, 인상된 가격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시멘트제조에 필수인 유연탄가격은 작년 7월 t당 200달러로 폭등했다가 올 2월들어 80달러대로 내려갔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유연탄은 매년 3,4월 연간 도입계약을 체결한다.작년과 올해 출하분은 작년 유연탄 폭등 당시에 계약된 물량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유연탄가격이 하락세이기는 하나 상승가능성이 여전하고 환율상승에 따른 불안감도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쌍용양회, 성신양회 등 메이저업체들은 최근 수년 간 적자를 면치 못했고 지난해도 평균 5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레미콘업계는 "시멘트가격이 오르면 레미콘가격도 덩달아 오르는데 레미콘수요처인 건설업계가 경기침체,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는 상황이어서 가격인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정유사와 아스콘업계는 가격 인하 폭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에 4대 정유사는 작년 9월 아스콘원자재인 아스팔트 가격을 kg당 400∼450원에서 530∼550원으로, 10월에는 580원∼600원으로 잇달아 인상해 아스콘업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정유사들은 "연초 유가상승에 따른 아스팔트가격을 하반기에 늦게 반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사들은 유가가 안정되자 지난해 11월 500원 초반으로 12월부터는 470원∼480원선에 계산서를 청구하고 있다.

아스콘업체들은 정유사 입김이 작용하는 대리점에서 아스팔트를 구매하며 가격도 일방적으로 통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스콘업계 관계자는 "지역 영세업체들은 이미 도산위기에 처해진 상황"이라면 "유가하락세를 비롯해 건설경기 악화와 비수기에 따른 수요감소를 감안하면 정유사들이 아스팔트가격을 더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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