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대 금융 CEO '좌불안석'...제트기 팔며 자숙

최근 구제금융을 받은 미 금융기관의 CEO들이 좌불안석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들 기업의 보너스 잔치를 공개적으로 비난한데 이어 CEO들의 급여 자체를 제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4일(현지시간) 정부에 손을 벌린 금융사 임원들의 임금을 50만달러로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사상 최악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월가 금융사 임원들이 여전히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고려해 임원들의 급여를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2000만 달러를 챙긴 케네스 루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CEO를 비롯해 310만 달러를 받는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회장 등의 연봉이 대폭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주식 배당금 외에 본인 기준 연봉상한성을 초과하는 어떠한 보너스도 받지 못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월가 금융사 연봉 상한제가 주주와 금융사의 이익뿐 아니라 금융시스템 붕괴를 위해 쓰여진 세금을 납부한 일반 국민들의 뜻과도 합치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달 말 “거의 대부분의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이 경영위기로 공적자금을 지원받았음에도 연말 18억달러가 넘는 보너스를 지급한 것은 치욕적인 일”이라면서 맹비난했다.

비난의 뭇매가 쏟아지자 월가의 금융사들은 나름대로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 중이다.

미국 CNBC는 4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최근 임원 특혜에 대한 비난과 관련해 제트기 7대 중 3대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BOA는 메릴린치와의 합병으로 인수하게 된 헬리콥터 1대와 뉴욕에 있는 아파트 2채 중 1채도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거액의 손실을 기록해 정부의 지원을 받은 씨티그룹도 5000만 달러 상당의 프랑스제 신형 제트기 구입을 추진했다가 외부의 비난으로 취소했다.

또한 웰스파고는 라스베이거스의 고급호텔에서 개최하려던 직원행사를, AIG는 거금을 들여 캘리포니아 온천에서 열려던 행사 계획을 각각 취소하는 등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비로서 정신을 차린 듯 뒤늦게 호화행사를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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