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원세훈 국정원장 카드 왜?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신임 국정원장에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정했다.

한상률 국세청장의 그림로비 의혹과 골프파문에 따른 사의표명으로 급물살을 탄 4대 권력기관장 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국정원장의 교체 여부였다.

김성호 국정원장의 경우 교체설에 무게가 실렸지만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는 점에서 유임 가능성도 상존하는 등 막판까지 거취여부가 진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다만 교체될 경우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이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들이다. 원 내정자는 막판 류우익 전 실장과 최종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이 대통령의 최종 낙점을 받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다들 훌륭한 분들이라서 이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고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신임 국정원장에 원세훈 카드를 임명한 것은 일단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발탁 배경과 관련, 원 내정자의 ▲ 업무추진력 ▲ 대통령 국정철학 공유 등을 꼽았다. 실제 원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인연을 맺어 서울시 행정부시장에 오른 것은 물론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에까지 올랐다.

김 부대변인은 "원 내정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루어진 각 부처 조직개편 과정에서 탁월한 업무 추진력을 보여줬다"며 "서울시 부시장 시절부터 이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 역시 "원 내정자의 발탁 배경은 업무역량, 대통령 국정철학 이해도, 추진력 등 3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며 "서울시 행정부시장으로 계실 때 청계천 복원과 교통체계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 일을 많이 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가 발탁 배경으로 설명한 원 내정자의 이러한 장점이 국정원 개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그동안 원장과 기조실장의 압력설이 끊이지 않는 등 내부 잡음이 적지 않았다. 특히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진보정권 인사들의 인적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명박 정부의 국정개혁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는 지난 해 쇠고기 파동 당시 부실보고 대처 및 정무적 판단 부재 등으로 한나라당을 비롯한 여권 내부에서 비판적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때문에 국정원에 대한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국정원 일부의 부정적 기류가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 내정자가 향후 국정원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 속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지 주목된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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