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비쇼프 회장 곧 물러날듯

미국 씨티그룹의 윈프리드 비쇼프(68) 회장이 부실 경영에 대해 책임지고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 금융감독 당국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해 씨티그룹에 비쇼프 회장을 교체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을 인용해 뉴욕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국은 씨티그룹의 경영진이 자금난과 두 번에 걸친 구제금융 조치 등을 거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잃은 것으로 판단해 비쇼프의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1941년 독일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성장한 비쇼프는 1962년 미국 체이스맨해튼 은행 국제사업부를 거쳐 1966년 영국계 자산운용그룹인 슈로더에서 금융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84년에는 슈로더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1995년에는 회장 자리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영국 왕실은 2000년 그가 슈로더에서 보여준 리더십에 감명 받아 기사 작위를 내리기도 했다.

2000년 비쇼프는 슈로더를 씨티그룹의 자회사인 살로먼 스미스 바니에 매각한 뒤 씨티그룹의 유럽 사업부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금융위기가 악화하는 시점인 지난해 11월 씨티그룹 회장으로 등극했다.

최근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폭락한 씨티그룹은 경영진 교체 압력이 높아지는 등 위기설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신용위기의 책임론에 시달리던 전 재무장관 출신 로버트 루빈 선임 고문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비쇼프 회장의 후임으로는 타임워너의 전 회장이자 씨티그룹 이사인 리처드 파슨스가 유력하다.

1998년 씨티코프와 트래블러스 그룹의 합병에 따라 최대 종합금융그룹으로 재탄생한 씨티그룹은 도소매금융, 투자은행, 주식매매, 자산관리, 보험 등 거의 모든 금융 사업부를 보유해 한때 '금융 슈퍼마켓'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독일의 해외 소매금융 부문을 매각하고 스미스바니 주식사업부도 모건스탠리에 매각하려 드는 등 몸집줄이기에 나서 종합금융그룹 전략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고 있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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