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과수농가 '풍작 시름'

배·사과 등 가격 폭락…유자 등도 출하앞두고 폐원 속출

과수 재배농가들의 '풍년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올 여름 어느때보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태풍이 발생하지 않아 과수 생산량이 껑충 뛰었지만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급락, 농가 경영 압박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1일 전남도와 농협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 공판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15㎏들이 신고 배 1상자(상품) 가격은 1만9200원으로 지난해 판매가 3만1000원에 비해 무려 1만1800원이나 싸다.

추석절 2만6000원선을 유지해왔던 배 가격이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지난 29일 1만원대로 떨어졌으며 지난해 가격에 비하면 평균 30~40%가 감소한 것이다.

산지 판매는 이보다 더 열악하다. 출하ㆍ운송비를 아끼기 위해 산지에서 이뤄지는 직거래가는 배 1개당 420~450원 수준이다. 6300~6700원 정도면 15개들이 배 1상자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사과 가격도 예년만 못하다. 현재 전국 공판장 거래가는 10㎏ 1박스에 1만5000원~2만2000원선이다. 지난해 1만7000~2만4000원선에 판매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20% 이상이 폭락했다.

▲농가 "출하 포기"
이처럼 가격급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생산량에 비해 판매량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나주배의 경우 통상 추석기간동안 60~70%를 수확ㆍ판매하지만 올해는 추석이 빨리 찾아와 30%도 채 판매하지 못했다.

여기에 태풍이 발생하지 않아 낙과량이 대폭 줄어들다보니 배가 남아도는 상황이 빚어졌다. 또 과수 주산지가 전국으로 확산되다보니 '특산품' 경쟁력을 잃게된 것도 폭락의 원인이다.

가격폭락이 이어지자 생산비 부담에 출하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7% 이상 증가한 나주배 재배농가는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자연폐기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고흥 유자ㆍ광양 밤 등 수출길 막혀 '비상'
지역 최대 밤 주산지였던 광양의 밤 농가들은 이맘때면 출하 마무리, 중간 상인 흥정 등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그러나 올해는 비료값 등 생산비가 급등하면서 농가 폐원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따라 올해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500t이 적은 1500t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학량 광양 진상농협 전무는 "지난해 ㎏당 1500원 수준이었던 밤 가격은 올해 과수 공급량 증대에 따른 과채류 평균가 하락 영향으로 1200원 이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고흥 유자 재배농가는 재고 누적과 수출 부진 등으로 비상이 걸렸다. 유자 수확이 시작하지도 않은 시점에서 일본ㆍ중국 등지 수출실적 저조로 지난해 생산량의 절반 가량이 재고로 쌓여있다. 11월께 본격 수확이 시작될 경우 판매가는 지난해 1400원(㎏당)에서 100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도·농협, 농가 살리기 나서
과수농가를 살리기 위해 전남도와 농협이 나섰다.
도는 지난달 27일 배 재배농가 경영안정을 위한 정부 수매를 건의하는 한편 광주시, 광양제철, 삼성전자광주공장, 삼호중공업 등 지역기관 등을 대상으로 판촉활동에 돌입했다.

또 장기적으로 나주배 명성유지를 위한 정책 마련과 노후과원 폐업지원 등을 건의했다.

나주시도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와 협약을 체결하고 2일부터 일주일간 이마트에서 나주배 특판행사를 벌이고, 여기서 판매되는 금액의 일부를 지원해주기로 했으며 농협은 1상자 판매시 일정 금액을 농가에 지원해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역 과수재배 농가들의 고품질 상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남일보 정문영 기자 vit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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