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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저출산 대책, '백약이 무효'일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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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98명으로 조사됐다. 한국 여성이 평생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가 1명이 안 된다는 의미다.


잇달아 나온 언론 보도는 "전쟁이나 경제위기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거나 "저출산이 불러올 재앙은 무지막지하다, 사회와 경제가 급속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출산 당사자인 여성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15~49세 기혼여성(1만1161명)의 84.8%는 "향후 출산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분위기는 한국 사회에 이미 보편화돼 있는 것이다.


결혼 전문회사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닌, 개인의 행복이 망가지는 선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인구정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돼야 한다. 국가와 정치가 무슨 자격으로 개인에게 출산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가 간 물자와 인력의 유입·유출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지구촌시대에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고용과 성장, 소비에 타격을 입고 국가 위기가 온다는 보수언론의 논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 이전에 결혼과 출산을 불행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는 충격적인 상황과 그 원인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지난 5일 한국은행의 발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1349달러(3449만4000원)로 드디어 3만 달러 국가가 됐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자살율과 노인빈곤율, 국가채무증가율, 이혼증가율, 정치적 비전 안 좋은 국가 등에서 1위를 차지했거나 차지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 성범죄 발생 순위는 2위권이고, 최근에는 미세먼지 농도마저 세계 2위라는 새 소식도 들린다.


이런데도 출산율이 오르는 것은 비정상이다.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지방의원이 세금 빼먹기와 천박한 갑질을 일삼고, 개원 연기로 국가를 협박하며 사익을 도모하는 유치원들, 정의보다 권력에 충성하는 사법기관이 있는 나라. 이런 나라에 내 자녀가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이 그간 벌여온 백화점식 출산 장려 정책의 실패를 반성하고, 삶의 질 향상, 양성평등 확립을 통해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사회 만들기로 방향을 잡은 것에서 그나마 희망을 가져본다. 정부가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기왕에 설정한 패러다임을 저버리지 않도록 정책 실행을 주시하는 것은 언론과 국민 여론의 책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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