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요약하면 다주택자 가운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투자고, 안 하면 투기라는 의미다.
부동산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각각의 사례별로 그 목적이나 방식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투자와 투기는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그 목적이나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통상적으로 해당 부동산에 대한 이용 의사가 있고 장기간 보유하는 경우를 투자로 본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았다고 해서 다 투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임대주택 등록 여부는 정부 입장에서 다주택자를 구분 짓는 잣대일 뿐이다.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부동산 투자 열기는 비단 다주택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집을 한 채만 보유한 사람들 역시 대부분 집값 흐름에 목을 맨다. 집값이 올라야 더 나은 집, 좋은 지역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그레이드 목적을 떠나서 본인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정부 말처럼 순수하게 집이 거주 목적으로만 인식된다면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무주택자들이라고 해서 부동산 투자와 무관한 것도 아니다. 무주택자들은 당장은 집값이 떨어지길 바라지만 일단 집을 산 다음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서울 집값이 급등한 배경도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실수요자들이 집 장만에 나선 영향이 컸다.
1주택자들에게도 집은 단순히 거주 목적만 있는 게 아니라 가구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다. 이런 사회·경제적인 구조와 문화가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자명하다. 정부 생각처럼 소수의 다주택자들이 시장을 교란해 집값이 급등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다주택자를 옥죄면 집값이 잡힐 거라는 정부의 기대는 너무나 순진한 발상이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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