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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기업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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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60개 공시집단 소속 2083개 기업을 전수조사한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을 내놓으면서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평균 4%의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거대 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는 우리의 잘못된 기업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10대그룹만 놓고 보면 지난 1999년 총수 지분율은 1.8%였지만 올해 0.8%까지 줄었다는 것이다. 큰 기업일수록 총수일가는 10년전 보다 더 적은 지분으로 더 커진 회사를 지배하고 있어 지배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공정위는 이 자료를 내놓으면서 "총수일가가 4%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에 힘입어 대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면서 "소유와 지배간 괴리가 과도해 총수일가 사익 편취, 소수주주와의 이해 상충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가족기업이 경영권을 자손에게 승계하는 과정에서 지분율을 갈수록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국내 대기업과 가장 흡사한 구조를 갖고있는 스웨덴 발렌베리가(家)의 지배구조를 살펴보자. 블룸버그에 따르면 발렌베리 가문은 자산 73억 달러 규모의 공익재단 '발렌베리 재단'을 소유하고 이 재단은 자산 238억 달러 규모의 지주사 '인베스터'를 지배한다.

인베스터는 금융(SEB), 중공업(ABB), 제약(아스트라제네카), 산업장비(아틀라스콥코), 가전(일렉트로룩스), 방위산업(사브), 통신장비(에릭슨) 등을 직접 지배한다. 공정위 조사와 동일한 기준은 아니지만 이들 계열사들의 매출과 자산 총액을 더하면 4693억 달러에 달한다. 단순 총수 지분 총액 비율을 계산해도 1.5% 수준에 불과하다. 유럽 가족 기업 상당수가 1% 미만의 지분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너 일가 지분만으로는 경영권 보호가 어려워 국가 차원에서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의 보호장치를 마련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서 보호하고 있다.

발렌베리 가문의 스웨덴 시총 비중은 올해 40%에 달하지만 스웨덴 정부는 이를 문제삼지 않는다. 발렌베리 가문이 수익 대부분을 기부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만 공짜가 아니다.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판 노사정 대타협인 살트셰바덴 협약을 통해 상속세 폐지, 황금주 허용, 낮은 실효법인세를 납부하는 대신 스웨덴 내 고용을 보장하고 수익 대부분을 기부하고 있다. 150여년 동안 5대에 걸쳐 경영권을 세습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세대를 거치며 가족기업에서 오너 일가가 미치는 영향력은 계속 줄어들고 결국 소유와 경영은 분리되는 현상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정부는 무조건 적은 지분으로 대기업을 거느리고 있다는 부정적인 현실만을 강조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대기업집단이 원할하게 경영권 승계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대신 발렌벨기 처럼 국가에 기여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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