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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증명 안된 '게임 질병', 긍정가치 외면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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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성공의 대명사로 불리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게임이다. 이들은 한때 게임을 개발하거나 즐기면서 코딩과 프로그래밍에 대한 감각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물과 영향력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코딩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필수 언어'로 통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3D프린팅, 클라우드, 가상현실(VR)ㆍ증강현실(AR) 등 세상을 바꾸는 첨단 기술이 모두 코딩을 통해 구현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코딩 교육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게임은 코딩 교육을 위한 최고의 교보재로 통한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게임을 구입(내려받는)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직접 만들어보라고 적극 권했다.

이 밖에도 게임이 교육 부문에서 활용되는 사례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게임화(Gamification) 현상이 대표적이다. 게임의 사고방식과 기법을 게임 외 분야에 접목시키는 개념으로 문제 해결, 지식 전달, 관심 유도 등의 목적을 위해 교육 현장에서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게임을 즐기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학업성적과 사회성이 더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언어 능력 향상과 뇌의 연결성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최근에는 공중보건 영역에서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수단으로도 이용된다.


게임은 여가문화이자 청소년의 소통 수단이고 또래 문화다. e스포츠는 스포츠의 한 영역으로 정착되고 있다. 게임 속 캐릭터와 일러스트를 시각 예술작품으로 선보이는 전시회, OST를 주제로 엮은 오케스트라 공연, 게임 스토리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영화와 뮤지컬 공연, 게임에 적용된 기술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는 더 이상 생소한 것이 아니다. 한 게임음악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상을 수상하며 게임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순기능이 이처럼 다양한데도 게임은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 학업을 방해하고 폭력성을 유발한다는 의학적으로 근거 없는 주장이 사실인 양 통용되고, 이제는 게임을 정신질환의 하나로 질병코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8일 스위스에서 총회를 열고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의 도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 세계 문화콘텐츠 산업계의 관심사인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의 질병코드 등재 여부도 이 자리에서 결정된다.


문제는 게임이 정신장애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의료계나 심리학계 어느 분야에서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임 과몰입에 대한 진단과 증상에 대한 보고가 전 세계나 모든 연령층이 아니라 일부 아시아 국가에 국한되고 청소년이라는 특정 연령층에 집중된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건국대 산학단에서 최근 5년(2014~2018년) 동안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회과학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은 게임 자체보다 부모의 양육 태도와 학업 스트레스, 교사와 또래 지지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연구조사에서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우울증 같은 다른 질환이 게임 과몰입 증상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화는 현 시점에서 섣부르게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면밀하고 충분한 연구ㆍ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일찍이 정부에서 게임산업 육성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했던 필자는 이번 논란이 게임의 긍정적인 가치를 증명하고 확산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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